민주당 공식 대응 자제…“숙의 거쳐 것”
문재인 정권에서 9·19 평양공동선언 등 대북 정책을 이끌어온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통일, 하지 말자”라며 남북 통일을 유보하고 남북 2개 국가를 수용하자고 제시하자 정치권에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학계와 과거 정부 통일부 수장들은 임 전 시장의 말에 동조하며 “외면할 수 없는 담론을 제시했다”고 평가했지만, 여권은 물론 야권 인사들은 ‘성급한 발언’이라며 파장이 주말 내내 이어졌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 유보론’을 언급하며 “통일하지 말고 함께 살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명시된 헌법 3조 삭제 또는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부 정리 등을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이 말한 ‘통일 유보론’은 과거 정부 통일부 수장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그 얘기(임 전 실장 발언)가 옳다고 생각한다”며 “1991년에 (남북 동시) 유엔 가입을 했으니 사실은 그때부터 두개 국가다. 결국 남북 관계는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공감했다.
민주연구원 출신인 이연희 의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석열 정권의 남북대결주의 회귀에 대한 분노와 절망, 그리고 차기 민주정부가 나아가야 할 남북정책의 현실적 방향이라는 점에서 공감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즉각 “반헌법적 종북 발언”이라며 비판했다. 지난 1월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진하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에 동조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국민의힘 김준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통일 하지 말자’라는 말 한마디로 대한민국 헌법 가치와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오랜 염원을 정면으로 부정해버렸다”고 질타했다.
야권 내에서도 통일 유보론을 두고 찬반 논쟁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안타까운 심정에서 평화를 우선 정착시키는데 집중하자는 취지로 얘기했을 것”이라면서도 “내 생각엔 두 국가론은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문 정부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도 “통일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자는 임 전 실장의 발언은 햇볕정책과 비슷하다”면서도 “학자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으나 현역 정치인의 발언으로는 성급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관련 논의가 토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임 전 실장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공식 대응은 자제했지만, 황정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며 “숙의를 거쳐 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민주당은 오는 11월을 목표로 두 국가론과 관련한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