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를 기록하고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들이 많다. 이대로 가다간 야당의 주장처럼 '심리적 탄핵'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지난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 등 총선 민심을 수용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바뀐 게 없다. 국민이 듣고 싶고 궁금해 하는 이슈들에 대해서 여전히 불통과 독단의 이미지만 강화시켰다. 그 결과가 지금의 민심 이반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의 한동훈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생각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며 윤 대통령과 관계가 불편해지더라도 '편들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민심을 더 따르고 더 반응하지 않으면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거라는 추석 민심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여당 대표가 민심의 현 주소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통령에게 강한 어조로 경고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직격한 것은 그만큼 현재의 시국이 비상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나 당정관계는 바뀌지 않고 있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수석이 한 대표의 비판에 대한 자성보다 이를 비판하고 나서는 행동으로 미루어 볼 때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 역시 국민일반의 민심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1월 10일은 대통령 임기 반환점인 날이다. 임기 후반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여전히 대통령과 집권핵심들의 인식과 태도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야당은 탄핵과 특검 등의 카드를 통해서 정권의 조기 퇴진을 향해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는 야당으로선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을 기회로 삼아 조기 대선을 치르기 위한 내부 전략 실현에 집중할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4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찬이 예정되어 있지만 이 역시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참모가 함께 회동하는 자리이다. 한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금의 시국상황과 민심을 정확히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나 해병대원 특검에 대해서도 전향적 자세를 보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