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관리소 보존 및 근현대문화유산 지정 촉구
기지촌 여성 피해자 지원과 기념사업 확대 요청
동두천시가 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옛 성병관리소 건물의 철거를 추진하자, 64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반발에 나섰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23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도 근현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라”며 철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책위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의 근현대문화유산 임시 지정을 관계 당국에 요청했다”며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는 국가 폭력에 의한 증거 현장이며 이를 인권 평화의 장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일부개정조례안’을 두고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대책위는 “개정된 조례안은 기지촌 성매매가 정부 주도의 국가 폭력이었고 기지촌 여성들이 피해자라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기지촌 여성을 피해자로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조례안은 기지촌 여성 피해자를 지원하고 기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근거다. 피해자들이 하루빨리 적절한 배상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정부의 방치하에 어려운 생활을 이어왔다”며 “조례가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예산이 배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피해당사자들도 발언을 통해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 반대를 주장했다.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피해자 김은희씨는 “기지촌 피해자들은 온갖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사회적 낙인과 비웃음 속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하게 생겼다”며 “성병관리소 건물이 철거되면 피해를 받았던 증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시는 재발되지 않고 후대가 기억해야 할 공간으로 남겨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평택시 거주 피해자 김숙자씨도 “기지촌 여성들이 불법적으로 성병 검증을 당하고 성병관리소에 감금된 사실을 법원에서 인정했다”며 “평택의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처럼 동두천 성병관리소를 역사적 장소를 보존하고 이와 같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알리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는 6·25 전쟁 이후 미군 상대 성매매 업소가 들어서자 정부가 성매매 종사자들의 성병 관리를 위해 설치한 시설로 지난 1973년부터 운영됐다가 1996년 폐쇄됐다. 동두천시는 성병관리소 건물을 철거하고 소요산 일대 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