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명의 사망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 사고는 객실 내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선의 부식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결과가 나왔다.
23일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화재 사고 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국과수는 최근 “불길이 처음 시작된 객실 내 실내기와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선에서 ‘아산화동 증식에 의한 발화 현상’을 나타내는 흔적이 발견됐다”는 정밀 감정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이 현상은 전선의 접속부분과 단자 사이에 접속 불량이 발생하면서 부식이 일어나 해당 지점이 산화 및 발연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전류과다로 인해 접촉 불량 부분이 황갈색으로 변하고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불길이 확산할 가능성이 생긴다.
경찰은 앞서 국과수에 발화지점인 해당 호텔 7층 810호 객실에 설치돼 있던 벽걸이형 에어컨 실내·외기 연결 전선 및 기기 잔류물 등에 대한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실내·외기 연결 전선이 부실해 내부에 습기가 차면서 부식을 일으키거나, 전선이 노후화해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현재 이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호텔 업주와 명의상 업주, 호텔 직원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2일 오후 7시34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7명의 사망자 가운데 2명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숨졌고, 5명은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조사됐다.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