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10년, 무얼 남겼나?
[인천AG 10년, 무얼 남겼나?·(下)] "시민 가슴에 빛났던 유산, 추억마저 잊힐까 아쉽다"
자원봉사자에게 듣는 그때의 기억
고연실씨, 교대로 공항 지키며 선수단 맞이 '특별'
교통 정리 맡은 유달주씨, 운전자들 이해로 뿌듯
'VIP 의전' 김성희씨 "인천서 개최 자랑스러워"
제대로된 기념 행사나 간직할 공간 필요 한목소리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수많은 숨은 주역들 중 경기장 주변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담당했던 인천서구자율방범연합대원들이 인천아시안게임 기념관에서 10년 전 그날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사람이 남았다. 시민들의 마음에 각인된 10년 전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기억'은 지금도 빛나는 유산이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은 10년이 지난 지금, 지역사회에서 그 기억이 흐릿해질까 걱정하기도 한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발간한 '공식결과보고서'를 보면, 2014년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아시아 45개국 등지에서 선수 9천436명을 포함해 총 2만7천448명이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대회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1만1천2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통·번역, 환경, 교통, 미디어, 행정 등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인천시 공무원 등 지원 요원 7천800여명이 안정적 대회 운영을 위해 제 역할을 다했다. 그리고 대회 전 과정을 지역 현장에서 지켜 본 시민들까지 어떤 의미로든 인천아시안게임의 기억이 각인됐을 것이다.
최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오랜만에 모인 옛 인천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10년 전 이맘때 매일 오전 5시1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가기 위해 303번 버스에 몸을 실었던 고연실(69)씨는 입국하는 각국 선수단을 맞이하고, 숙소 교통편을 안내했다. 인천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기간만 40년이 넘은 고씨는 인천아시안게임이 가장 특별했다고 한다.
그는 "해외 선수단이 인천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만나는 자원봉사자인 만큼 책임감이 남달랐다"며 "선수단 도착 시각이 새벽부터 밤까지 다 달라서 봉사자들이 교대로 공항을 지켰고, 궂은 날씨에도 선수단이 당황하지 않도록 한발 먼저 움직였다"고 말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수많은 숨은 주역들 중 경기장 주변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담당했던 인천서구자율방범연합대원들이 인천아시안게임 기념관에서 10년 전 그날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유달주(65)씨는 대회 기간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교통 정리 봉사활동을 했다. 차량 통행부터 주차 안내까지 묵묵히 행사 진행을 도왔다. 유씨는 "어떤 운전자가 차량 통행이 잠시 막혀 짜증을 내다가, 제가 상황을 정리해 준 덕분에 웃게 됐을 때 '이렇게 큰 국제행사에 보탬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며 "시민들이 고생한다고 음료수를 주거나 아이들이 인사하면서 지나갈 때 힘든 것이 모두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VIP 의전을 담당했던 김성희(60)씨는 개·폐막식 등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국내외 주요 인사들을 안내했다. 주요 일정이 있는 날엔 자리를 지키느라 행사를 관람하지 못했지만, 리허설을 즐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김씨는 "아시아드주경기장 옆을 보면 다리 아래 물이 흐르는 곳이 있는데, 그 아래에서 다른 봉사자들과 잠시 쉬며 도시락을 먹고 담소도 나눴다"며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열렸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은 인천아시안게임의 '10주년'이란 의미는 잊힌 분위기다. 당시 자원봉사자들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추억할 적절한 공간도, 제대로 기념하는 행사도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자원봉사자는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10주년 KBS 열린음악회에 초청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새삼 10년이 흘렀다는 것을 알았다"며 "몇몇 경기장 주변에는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렸음을 알리는 기념물조차 없어 시민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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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박경호 차장(문체부), 김희연·변민철 기자·송윤지 수습기자(사회부), 김용국 부장·조재현 차장(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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