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Pick
[경인 Pick] 소송 스트레스에 산부인과 88.4% '분만 없다'
필수의료 '분만' 의료계서 기피
1~7월 미청구 도내 의원 '87.4%'
수익성 낮고 사고땐 책임 떠안아
저출생에 여성질환·미용 의료쏠림
경기도 내에서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산모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위험성은 큰데, 인력과 시설의 투입 대비 수익성은 낮다는 등 이유로 의료계에서 기피하는 탓이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산부인과 의원 1천316개소 중 1천163개소(88.4%)가 분만수가를 청구하지 않는 등 신생아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율은 2018년 82.2%, 2020년 84.3%, 2022년 86.5%로 증가 추세다. → 표 참조
경기도내 산부인과 의원들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분만수가를 청구하지 않은 도내 산부인과 의원은 전체 301개소 중 263개소로 87.4%에 달한다. 2018년 76.9%였던 도내 분만수가 미청구 비율이 6년새 10.5% 증가한 것으로, 전국 비율보다 4.3% 많은 수치다.
주목할 점은 도내 산부인과 의원 수는 2018년 268개소에서 지난 7월 기준 301개소로 증가했는데도, 분만을 하지 않은 의원의 비율도 덩달아 커졌다는 것이다. 의원 뿐만 아니라 병원·종합병원 등 분만을 하는 각급 의료기관의 수도 감소하고 있다. 2018년 123개소였던 도내 분만기관수는 2020년 110개소, 2022년 98개소, 올해 88개소로 줄었다.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는 양상인 셈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출산 과정에서의 불가항력적 사고 시 의료진이 떠안을 수 있는 책임성 때문이다. 분만은 항상 만약의 상황에 대비함에도 불구하고 태아나 산모의 생명에 영향을 주거나 신생아 뇌성마비 등의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의료진이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23일 오후 경기도내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2024.9.2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안성의 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김재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회장은 "항시 노출된 소송 스트레스는 산부인과 의료진이 분만을 기피하는 중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저출생 현상의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다. 신생아 수가 줄어들수록 이를 위해 병원 측이 미리 투입한 인력과 시설이 제 수익성을 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산과 보다는 일반 여성 질환과 미용 등을 다루는 부인과로 의료 공급이 쏠리게 된다.
평택의 한 분만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는 "분만은 인력·시설 중심적 진료여서 1건의 분만만을 위해 수십억을 투자하긴 어렵다"며 "남아있는 분만병원이라도 지키려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분만은 필수의료 중 하나이고 기본 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한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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