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부인 활동에 비해 부정적 인식

완충지대 필요… 제2부속실 설치 역설

정병국 전 의원. /경인일보DB
정병국 전 의원. /경인일보DB

윤석열 정부 중반부에 접으들면서 대통령 부인에 대한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를 전후해 김건희 여사의 총선개입 이슈까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실체에 대한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부정적 ‘인식’으로 전환되는 정권말기 현상마져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제2부속실 설치와 대통령실 및 관저 등 김 여사 주변 인사들에 대한 관리와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김영삼 정권,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지낸 정병국(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전 의원은 24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역대 영부인들에 비해 오버하는 것은 없지만 부정적인 인식은 더 강한 것 같다”며 이같은 처방을 냈다.

김건희 여사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2024.9.10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2024.9.10 /연합뉴스

그는 “지금 김건희 여사가 영부인이 되고 나서 활동한 사안을 하나 하나 짚어 봐라. 과거 어떤 영부인보다 ‘오버’ 한게 있는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역대 영부인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정 전의원은 “역대 영부인을 보면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실질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부인(김영숙 여사)이나, 노무현 대통령 부인(권양숙 여사)은 굉장히 적극적인 사람들이었다”고 소개했다.

또 이희호(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여사도 인권운동가로 인식돼 있고, 이순자(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여사 역시 굉장히 적극적인 사람이었지만, 그 이후 김옥숙(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여사는 반면교사로 받아들여 조신한 영부인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정 전의원은 특히 이희호 여사의 옷로비 사건이 특검으로 이어진 사건을 예로 들면서, “당시 손명숙 여사의 맞춤 의상실에 옷 치수까지 비밀에 붙이는 등 엄격한 관리를 했고, 그런 구체적인 내용을 (후임인 김대중 대통령측)얘기 해 주려 했으나 그쪽에서 ‘간과’ 해버리는 바람에 결국 옷 로비 사건이 터진 것 아니냐”고 당시 뒷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실의 영부인 관리 시스템도 마찬가지라는 반응이었다.

여느 정권의 말기처럼, 불리하면 ‘여사’(영부인)를 끌어들이는 ‘악마의 시간’이 도래한 것일까. 모진 비바람이 불어도, 사건·사고가 터져도, 길 가다 넘어져도 모두 대통령과 부인을 부정하는 시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에 동행하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2024.9.19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에 동행하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2024.9.19 /연합뉴스

김 여사의 경우 역대 영부인에 비해 사실상 외부 활동이 적고, “과거 영부인이 개입한 인사의 반의 반(?)도 안 된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 부정적인 반향은 배가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 전 의원은 “내가 모셔(영부인) 보니까, 영부인이 직접 언급한 게 아니라도 내가 얘기를 해도 그게 일파만파, 여러 가지 파급이 크더라”며 “지금은 공식 라인이 아닌 쪽을 통해 완충지대 없이 직접 하다 보니 구설이 생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전의원은 최근 김 여사의 마포대교 현장 점검 등 공개 일정에 대한 풀(공개) 방식 등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 전 의원은 “지금은 영부인의 활동을 아주 특별한 것 외에는 공개할 필요도 없고, 공개적으로 활동할 필요도 없다”며 “김 여사의 경우 이미지(?) 때문에 공개적으로 활동하다보면 시기와 질투심을 불러 일으키는 등 여러가지 잡음이 더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 전 의원은 “이외에도 영부인의 생일이나 가족 등 개인에 선물 공세 등 숱한 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도래할 수 있다”며 “제2부속실의 신속한 설치와 이에 맞는 인사를 배치해 엄격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에 대한 위기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권 내부에서도 더 강하게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의 배우자는 언제나 정치적 무대에서 중요한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논란이 부정적인 인식으로 고착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김 여사 주변 인물들이 더욱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에는 공개적인 소통과 정비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 여사에 대해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40여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보도와 공천개입 의혹을 둘러싼 폭로도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