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음공격' 접경지 무방비… 무너진 강화도 일상
'주민 고통' 경인일보 첫 보도
국내 방송·日 언론도 실상 다뤄
"다른 것이 날아올수도" 공포감
송해면 가축 등 영향 생업 피해
해결 논의 자리 반목·갈등까지
조용하고 평화롭던 시골 마을이 지금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마을로 변해 버린 건 순식간이다. 두 달 전부터 이어진 북한의 소음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이야기다.
경인일보 첫 보도로 송해면 실상이 알려졌지만 '마을의 고요'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긴 주민들은 언제까지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을지 막막해 했다. 북한의 도발이 어느 순간 소음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민들은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 23일 송해면 당산리에서 만난 임신부 이선영(38)씨는 북한이 보내오는 밤낮없는 소음에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가장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씨는 "아기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이 엄마들의 마음이다. 클래식 음악을 들려줘도 모자란데 매일 기괴한 소음을 들려주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곳은 이씨의 고향으로, 그는 대남 방송을 들으며 성장했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소음은 견디기 힘들었다.
단 한 번도 고향을 떠나 본 적이 없는 이만호(63)씨는 "가끔 귀순자가 넘어왔지만 평화로운 마을이었다"면서 "주민들도 소음에 시달리다 이젠 지쳤는지 해결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반목·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혼란이 북한이 원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주민도 부지기수다. 초등학교 1·3학년 두 자녀를 키우는 안미희(38)씨는 최근 병원에 들러 수면제 열흘 치를 처방받았다. 7월 말부터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편두통이 찾아왔다. 그는 "층간소음이 싫어서 도시를 떠나 조용한 고향 마을로 왔는데, 난데없는 북한 소음으로 또 정든 고향을 다시 떠나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소음공격은 송해면 주민들이 기르는 가축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안순섭(67)씨가 키우는 염소와 사슴도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염소 두 마리와 사슴 두 마리가 사산(死産)한 터여서 그의 걱정이 더 컸다.
북한의 소음공격이 지속되면서 송해면 양오저수지 낚시터도 두 달 넘게 손님이 끊겼다. 낚시터 운영자인 한재호(63)씨는 "조용한 가운데 야외에서 낚시를 즐기고자 하는 이가 많은데, 북한의 소음이 손님들을 내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송해면 주민들은 북한의 소음공격으로 인해 사람들이 하나둘씩 마을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다른 형태의 도발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주민들에게 희생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