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인천고법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 현장. /경인일보DB |
'인천고등법원 설치 법안'(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로 회부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인천 서구을) 국회의원이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6월28일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법안 공동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 11명은 모두 인천 지역구 의원이다. 인천 국회의원 14명 중 여야 지도부 3명을 제외한 모두가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 '쟁점 법안'이 아닌 '민생 법안'이라는 의미다. 이번에는 꼭 통과돼야 마땅하다.
인천고법 설치 법안은 제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 그 당위성을 두고 지금껏 국회에서 이견이 나온 적이 없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사법 접근성 향상'이다. 인천고법 관할구역은 인천 10개 군·구와 경기도 부천·김포시로 지난해 말 기준 인구수는 426만명이다. 대구고법과 비교하면 관할 인구는 약 66만명이 적지만, 사건 수(추정치)는 인천고법이 더 많다. 인천 도심지역에서 서울고법까지 대중교통으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인천고법이 신설되면 그 시간이 30분 안팎으로 줄어든다. 사법수요가 증가하는 대도시권에 고법을 신설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충분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찬반 토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그 이유가 법안 자체의 부실함이 아닌 부산·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의 강짜에 있었지만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굴복한 것이 뼈아픈 지점이다. 민·관이 대대적으로 벌인 인천고법 유치 100만명 서명운동이 무색하게 됐다. 오죽하면 법사위 소속 타 지역 국회의원들조차 인천 정치권의 무력한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봤을 정도였다.
국회의원 핵심 권한인 입법권이 특정 지역 중심 논리에 휘둘리게 놔두면 안 된다. 인천은 지방에서는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는 '변방도시'로 인식된다. '이중 굴레'가 씌워진 도시다. 인천이 국회와 정부에서 도시 규모와 성장 잠재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지역 국회의원들이 여야 할 것 없이 힘을 모아 나서야 한다. '해사법원 유치를 포기해야 인천고법 설치 법안을 통과시켜주겠다'는 억지 주장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21대 국회의 전철이 반복된다면 인천 정치권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게 된다. 인천고법 설치 법안 처리 결과가 지역 국회의원의 역량을 알리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