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소음공격 대책없는 정부
방음벽도 못 세운다… 막아낼 수단 '도발 의지 제거' 뿐 [北 소음공격, 대책없는 정부·(下)]
보수·진보 전문가 '확성기 공방 중단' 입장
새로운 유형 도발… 방어수단 없어
방음벽 요구도 군사적으로 불가능
음파공학 기술 막대한 시간 걸림돌
'남북 긴장 완화' 적극 노력 주장도
북한이 설치한 대남 스피커로 연일 소음공격을 하고 있는 25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 모습. 2024.9.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두 달 넘게 인천 강화도에서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소음공격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의 대남 도발이다. 방공호나 대피소도 무용지물이고 방어수단도 마땅히 없어 강화도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번 소음공격이 또 다른 형태의 도발로 이어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는 가운데 북의 도발을 예방하기 위한 다각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소음공격은 남과 북이 공방을 벌이며 발생했다. 민간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대응해 북은 오물풍선을 띄워 보냈다. 이에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은 즉시 이에 대응해 대남 소음공격을 감행했다.
문제는 이러한 소음공격에 딱히 방어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소음을 활용한 공격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방어수단도 딱히 연구된 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북한이 설치한 대남 스피커로 연일 소음공격을 하고 있는 25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접경지 마을 모습. 2024.9.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북의 소음공격에 지친 강화도 주민 가운데 일부는 방음벽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군사적으로 불가능하다. 방음벽을 설치하는 것은 유사시 우리의 눈을 스스로 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음파공학, 소음공학 특성을 활용한 기술적 대응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막대한 연구비와 시간이 필요하고 효과도 불분명해 다른 국방 사안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다분하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소음공격은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심리전으로 봐야 한다. 공격을 막아낼 방어수단이 없다는 얘기"라면서 "적의 도발 의지를 제거하는 방법 외에는 딱히 수단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소음공격은 인천의 서해 접경지역이 북한의 대남 도발 시험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예측하기 힘든 또 다른 형태의 도발이 서해 접경지역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남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천시·강화군·옹진군 등 지방정부 차원에서 주민들의 우려를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 우리 군의 심리전 수행시 예상되는 부가적 피해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는 이치다.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중앙정부가 방향을 선회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이미 북한은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패배했다. 우리가 우위에 있는데, 지나치게 공세적으로 나간다면 우리가 입을 부가 피해가 더 많다. 정부는 이러한 피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피해가 적은 방향으로 지자체와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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