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9.24 /연합뉴스

 

저럴 거면 왜 만났을까 의아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당정의 결속을 보여주고,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애써 마련된 자리 아니었던가.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까지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모임이었다. 엊그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당정 지도부들이 모두 모인 만찬은 주요 국정 현안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채 빈손으로 끝났다. 지난 7·23 전당대회 다음날 이뤄진 만찬 이후 우여곡절 끝에 두 달 만에 대통령실 야외 분수정원에서 열린 만찬이었다. 대통령실에선 3실장 8수석, 대통령실 대변인 등이 참석했고, 당에선 원내대표, 최고위원단,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대변인단이 자리를 함께했지만 그야말로 1시간 30분 동안 밥만 먹고 헤어졌다.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다음 달 시작되는 국정감사와 최근의 체코 순방에 대해서 주로 얘기를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특히 체코 방문 성과를 설명하면서 "원전 2기 24조를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야권이 제기한 체코 원전 덤핑·적자 수주 주장을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강하게 반박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좌중에선 "원전 전문가가 다 되셨다"는 발언이 나왔다. 한 대표가 모두발언 형식으로 국정 현안을 언급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발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끝나고도 반응이 서로 다르다. 대통령실 참석자는 화기애애했다고 하고, 당 참석자는 썰렁했다고 전한다. 목적과 의도와는 달리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편치 않은 관계를 다시 한번 드러내 보인 행사가 되고 만 셈이다.

풀어나가야 할 국정 현안이 산더미다. 당장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의료대란을 비롯해 한 포기에 2만원까지 치솟은 배추 가격, 북한의 오물 풍선과 소음 도발, 정쟁 차원을 넘어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 돼버린 김건희 여사 문제, 그리고 동반 추락 중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까지 집권세력으로서 책임지고 답을 내놓아야 할 숙제가 밀리고 또 밀렸다. 그런데도 한가하게 밥 먹고 덕담만 나누다 헤어졌다니 이게 사실인가 싶다. 이렇게까지 현실감각과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수준이었나 의심이 들 정도다. 한 대표가 만찬이 끝난 뒤 다시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 애초 산적한 국정 현안을 깊이 논할 수 없는 형식의 만찬이었다면 별도로 대통령과 당 대표의 독대가 필요하고, 빨리 그런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