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현장] 토론이란 싸움 아닌 '공통분모' 만들기... '최소한의 시민'

입력 2024-09-26 19:03 수정 2024-09-26 19:3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27 11면
인문학시즌2 북토크 정주식·이재훈 등
토론서 공통 토대·핵심 찾는 과정 강조
'정치적 올바름'의 논쟁 구도 꼬집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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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칼럼니스트 정주식, 한겨레21 편집장 이재훈, 칼럼니스트 강남규. 2024.9.24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 최소한의 시민┃강남규·박권일·신혜림·이재훈·장혜영·정주식 지음. 디플롯 펴냄. 312쪽. 1만8천800원


'최소한의 시민'
'찬성과 반대, 승자와 패자, 그리고 합격과 불합격'.



으레 '토론'하면 떠오르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키워드들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시민' 저자들의 생각은 다른 동시에 확고하다.

지난 24일 수원시 행궁동 책고집에서 진행된 '정기강좌: 오늘을 이해하는 인문학 시즌2' 북토크에서 만난 저자 3명, 칼럼니스트 강남규·한겨레21 편집장 이재훈·칼럼니스트 정주식은 생각의 '공통분모'를 만드는 '과정'을 강조했다.

한겨레21 편집장 이재훈은 "정치인이나 비평가들이 양쪽 편을 갈라서 대립하는 의견으로 벌이는 배틀 식의 방식으로 토론하는 게 우리 사회에 정착된 토론 문화"라며 "꼭 진보나 보수로 나누지 않아도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단순 타협과는 다르며, 공통의 토대를 만드는 작업이 토론에 있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북토크의 재료, '최소한의 시민'은 모 아니면 도밖에 없는 한국 사회 토론 문화를 답습하는 대신,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며 생각의 새로운 지대를 발견하고자 하는 여섯 명의 인물들이 저술한 책이다. 여섯 저자가 속한 생각 협업 공동체 '토론의 즐거움'은 지난 2022년부터 2년 동안 98회가량 모임을 진행했고, 여기서 나온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 책에 담았다.

이들은 토론을 누군가의 생각을 전환하거나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게 아닌, "다른 의견을 발명하고 밝히는 일"이라고 서두에서 분명하게 밝힌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에서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사적 복수·세대론·도파민 중독·장애 담론·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국가주의·혐오정치·소비주의 등을 기존의 뻔한 논거를 들어 설명하기보단, 주요 사안들과 엮어 풀어낸다.

현재 각종 소모임 앱에서는 토론을 기반으로 한 책모임이 성황이다. 시민들의 질문도 대개 '모임에서 어떻게 하면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을지'로 좁혀졌다. "의가 상하지 않으면서 토론 모임을 지속할 방법", "편을 나누지 않고도 토론을 즐길 방법"…. 저마다 토론하며 겪은 생생한 에피소드가 궁금증의 원천이었다.

칼럼니스트 정주식은 누군가를 '이겨 먹는' 싸움이 아닌, 말 그대로 건전한 토론을 나누는 건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의 주장에 담긴 허점을 지적해내는 사람이 토론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며 "오히려 즉흥 토론에 가까운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말의 오류가 아닌,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책에서 다룬 주제 중 이날 현장에서 가장 열기가 뜨거웠던 건 '정치적 올바름'이었다. 정치적 올바름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용어 사용을 지양하는 동시에, 콘텐츠를 생산할 때도 이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자 사회 운동이다.

"정치적 올바름은 이 책에 등장하는 장애인 시위, 동성혼 문제를 포괄하는 문제"라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단순 찬반으로 의견을 나누는 기존의 토론 문화가 정치적 올바름 논의조차도 '정치적 올바름vs표현의 자유'의 대립처럼 좁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칼럼니스트 강남규는 "우리가 정치적 올바름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왜 이 작품을 향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고민해가는 데 있다. 무 자르듯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과는 다르다"며 "어떤 콘텐츠에 정치적 올바름이 담겨 있는가 아닌가는 식의 진영으로 갈라 논쟁하는 구도는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어쩌면 책 제목 '최소한의 시민'은 사회의 최소 단위, 한 개인의 생각이 하나하나 모여 타인과 연결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역설하는 듯하다. 사전적 의미의 '토론'을 새삼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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