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국회 추천(여야 각 1인) 위원 의결 과정에서 여당이 추천한 한석훈 후보자가 부결되면서, 26일 국회 본회의가 고성과 항의, 막말로 점철되는 등 엉망이 됐다.
사달이 난 것은 여야가 추천한 인물을 의결하기로 했던 원내대표단간 협의와 다르게 표결됐기 때문이다. 정회 후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서로를 '사기꾼 집단'으로 혐오하는 발언을 회의록에 남겼다.
발단은 각 교섭단체 몫으로 추천하는 국가인권위원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의힘 추천 한석훈 위원 후보자가 부결되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장석으로 나와 정회를 요구하며 옆에 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우리가 당초 약속했던 거랑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으니 여기에 대해서 우리 의원들은 완전히 당했다고 생각을 한다"고 항의했다.
박 원내대표는 "좋은 사람을 추천했어야 했다"고 맞섰다.
30여분 정회 후 돌아와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가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 이런 국회에서 의정활동 더 할 수 있겠나"면서 "양당합의에도 불구하고 의원총회에서 한 의원의 발언에 설득당했다는데, 그럼 교섭단체가 왜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자신과 같은 시기에 활동한 검사출신 한석훈 비상임위원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여당 몫의 위원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으며 그 위상과 명예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오늘 상정되는 한석훈 비상임위원 선출 건을 반드시 부결시켜달라. 인권의 최후의 보루마저도 검찰공화국으로 만들려는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국정 운영을 반드시 막아달라"고 발언했다.
이 같은 내용을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전하자, 국민의힘 의석에서 '사기꾼'이 집회 구호처럼 연호됐다. 박 원내수석은 "사기꾼이라고 외친들, 인사로 인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난맥이, 윤석열 정권의 잘못이 묻힐 수 없다"고 맞섰다.
여야 간 대립은 국회의장과 여당간 대립으로 이어졌다.
방송4법·민생회복지원금법·노란봉투법 등 재의결 6개 법안이 부결되자 의석을 이탈한 민주당을 기다린 건으로 불거진 양측의 갈등은, 발언을 위해 나오는 의원과 의장과의 인사를 두고 지속적으로 터져나왔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