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웅·레베카… 무대 뒤 작은 거인' 김문정 뮤지컬 음악감독

입력 2024-09-29 19:01 수정 2024-09-29 21:19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9-30 13면

내 공신력, 뮤지컬 꿈꾸는 이들에 쓰고 싶다


2001년 '둘리' 데뷔 뮤지컬 대중화 앞장
후배 기회 주고파 최근 아카데미 설립
K뮤지컬 세계화, 우리 위치 눈·귀 열어야

김문정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뮤지컬 음악감독. /주식회사 시즌엠 제공

"사실 스태프가 이렇게 주목받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레미제라블', '영웅', '레베카' 등 수많은 뮤지컬의 음악이 김문정 음악감독의 손에서 빚어졌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를 통해 뮤지컬 대중화에도 앞장섰다. 2001년 뮤지컬 둘리의 음악감독으로 데뷔해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무대의 스태프로 달려온 그. 국내 최정상에 선 뮤지컬 음악감독의 수식어를 붙이고 있는 지금, 김문정 음악감독의 행보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김 음악감독 역시 뮤지컬 분야에서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더 거슬러 음악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기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달리 공채가 없었던 직업군은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 그 기회를 거머쥘 수 있었다. 최근 김 음악감독이 시즌엠 아카데미를 설립하게 된 것도 후배를 양성하고 그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저 아니면 누가 해볼까.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은퇴하면 안될 것 같았다"며 "공신력과 목소리에 힘이 생겼을 때, 취지에 공감하고 도와주겠다는 분들이 있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카데미에는 배우뿐 아니라 음악과 연출, 작가 등 뮤지컬과 관련한 다양한 직업군을 함께 교육한다. 김 음악감독은 "공연에는 전문스테프가 많은데 배울 곳이 마땅치 않다"며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무대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스태프로서의 시야도 넓혀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악으로 무대에서 사는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누구든지 한 번쯤 문 두드려 보고 도전해 볼 수 있게 하고 싶다"며 "프로를 프로답게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면 뮤지컬 산업화에 조금 부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배우와 창작진들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바탕이 되어야 할 자질로 열정과 열의를 꼽았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성향을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력은 물론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며, 무대는 혼자 서는 곳이 아닌 만큼 주변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람 관리도 잘해야 한다는 것이 김 음악감독의 생각이다.

그동안 라이선스 작품도 다수 맡았던 김 음악감독은 한국의 뮤지컬 시장을 바라보는 외국 창작진 스태프들의 생각도 많이 변했다고 했다. 과거에는 자신들의 기술을 전수해주러 온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한국 창작진·제작사와 일해보고 싶어하고, 한국 관객의 환호와 지지에 놀라한다는 것.

 

김문정 음악감독
김문정 음악감독이 인터뷰에서 시즌엠 아카데미를 만들게 된 이유와 뮤지컬계에 대한 의견들을 밝히고 있다.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김 음악감독은 "한국 뮤지컬의 발전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한하다. K-뮤지컬이 K-드라마나 영화, 음악처럼 콘텐츠로 자리 잡을 시대가 된 것 같다"며 "레미제라블이나 맘마미아처럼 외국에서도 상업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한국 뮤지컬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뮤지컬이 흥행하고 있는 지금을 사는 우리 세대들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역사에는 너무나 많은 희로애락과 소재거리가 있다"며 "한국 뮤지컬의 강점은 '아름다운 가사'에 있다. 한국 뮤지컬의 동양 오리엔탈을 강조하면서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외국말로 역번역할 수 있는 직업군도 필요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파르게 성장한 한국 뮤지컬 시장은 이제 내실을 다지고 질적 단단함을 구축해야 하는 때가 됐다. 김 음악감독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계속 귀와 눈을 열고 인프라를 넓혀주지 않으면 관객들도 식상해 하고 결국 뮤지컬 산업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겠냐"면서 "앞으로는 배우 한 명에 좌지우지 하는 게 아니라, 무대도 보고 음악도 듣는 등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는 관점들도 확보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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