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 받는 '위조지폐 청정국'
[위협 받는 '위조지폐 청정국'·(5)] '위조' 같은 모조지폐 버젓이… SNS로 막겠다는 한은
'실제 50% 이하·200% 이상 크기'
이용기준 안 지켜진 상품 수두룩
동일 규격 장난감돈, 악용 위험성
예방 홍보도 고령층 접근성 저하
"제작·유통·관리 시스템 정비를"
현금 거래가 활발한 전통시장 등이 여전히 위조지폐 범죄의 취약지대로 꼽혀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막을 책임이 있는 한국은행의 화폐 모조품 이용 규제는 현장에서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폐 위·변조 수법이 나날이 정교해지는 만큼 발권 당국인 한국은행이 대형 범죄로 치달을 염려가 있는 위조지폐 제작과 유통 전반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개정한 '한국은행권 및 주화의 도안(화폐도안) 이용기준'에 따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장난감 화폐 등 지폐 모조품은 실제 지폐의 50% 이하 또는 200% 이상으로, 주화 모조품은 실제의 75% 이하 또는 150% 이상의 크기로 제작해야 한다.
아울러 '보기'라는 문구도 넣어야 한다. 기존 영리 목적 화폐도안 이용금지 조항을 삭제해 '십원빵', '돈방석' 등 아이디어 상품의 시장 유통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화폐 위·변조로 인한 범죄를 막기 위해 모조품 지폐의 규격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을 비웃듯 진폐와 크기가 같거나 비슷한 모조품 지폐 매매는 현재 대형 인터넷 포털 마켓 등지에서 별다른 제약 없이 이뤄지고 있다.
한 인터넷 마켓에서 지폐 모조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진짜 지폐와 동일한 규격으로 찍어 판매하고 있어 오히려 구매자들에 인기가 좋다"면서도, 화폐도안 이용기준 인지 여부를 묻자 "허용되는 화폐규격 요건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진폐에 버금가는 가짜 지폐가 버젓이 유통돼 범죄로 악용될 위험이 크지만, 규제당국의 역할이 부재한 셈이다.
특히 현금 거래가 바삐 이뤄지는 전통시장 등에서 관련 범죄 우려가 높은 상황임에도 한국은행의 위폐 방지 대책은 고령층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정도에만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이 한국조폐공사, 경찰청 등 5개 관계기관과 매년 두 차례 만나 위폐 대책을 논의하는 '위폐방지 실무위원회'에서 나온 최근 대책만 봐도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SNS 홍보를 하거나 유관기관과의 공조체계를 마련한다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형식적 조치에 그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규격 요건에서 벗어난 화폐 모조품의 경우 단속 대상이지만, 매번 찾아내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조·판매업체를 상대로 총재 명의의 공문 발송이나 방문 경고처럼 다양한 경로의 예방책을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범죄 우려가 있는 전통시장에 대한 범죄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상인회를 대상으로 한 위조지폐 감별법 안내 등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화폐 위·변조가 정교해지는 만큼, 원화 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은행이 1차적으로 위·변조 화폐가 제작 유통되지 않게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며 "위폐 범죄가 발생했을 시에도 범죄 유형과 대응 결과를 분석하고 사후 예방책을 마련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등 재발을 막기 위한 소통 절차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수현·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이용기준 안 지켜진 상품 수두룩
동일 규격 장난감돈, 악용 위험성
예방 홍보도 고령층 접근성 저하
"제작·유통·관리 시스템 정비를"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구매가능한 지폐 모조품. 2024.10.6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
현금 거래가 활발한 전통시장 등이 여전히 위조지폐 범죄의 취약지대로 꼽혀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막을 책임이 있는 한국은행의 화폐 모조품 이용 규제는 현장에서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폐 위·변조 수법이 나날이 정교해지는 만큼 발권 당국인 한국은행이 대형 범죄로 치달을 염려가 있는 위조지폐 제작과 유통 전반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개정한 '한국은행권 및 주화의 도안(화폐도안) 이용기준'에 따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장난감 화폐 등 지폐 모조품은 실제 지폐의 50% 이하 또는 200% 이상으로, 주화 모조품은 실제의 75% 이하 또는 150% 이상의 크기로 제작해야 한다.
아울러 '보기'라는 문구도 넣어야 한다. 기존 영리 목적 화폐도안 이용금지 조항을 삭제해 '십원빵', '돈방석' 등 아이디어 상품의 시장 유통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화폐 위·변조로 인한 범죄를 막기 위해 모조품 지폐의 규격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을 비웃듯 진폐와 크기가 같거나 비슷한 모조품 지폐 매매는 현재 대형 인터넷 포털 마켓 등지에서 별다른 제약 없이 이뤄지고 있다.
한 인터넷 마켓에서 지폐 모조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진짜 지폐와 동일한 규격으로 찍어 판매하고 있어 오히려 구매자들에 인기가 좋다"면서도, 화폐도안 이용기준 인지 여부를 묻자 "허용되는 화폐규격 요건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진폐에 버금가는 가짜 지폐가 버젓이 유통돼 범죄로 악용될 위험이 크지만, 규제당국의 역할이 부재한 셈이다.
특히 현금 거래가 바삐 이뤄지는 전통시장 등에서 관련 범죄 우려가 높은 상황임에도 한국은행의 위폐 방지 대책은 고령층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정도에만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이 한국조폐공사, 경찰청 등 5개 관계기관과 매년 두 차례 만나 위폐 대책을 논의하는 '위폐방지 실무위원회'에서 나온 최근 대책만 봐도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SNS 홍보를 하거나 유관기관과의 공조체계를 마련한다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형식적 조치에 그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규격 요건에서 벗어난 화폐 모조품의 경우 단속 대상이지만, 매번 찾아내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조·판매업체를 상대로 총재 명의의 공문 발송이나 방문 경고처럼 다양한 경로의 예방책을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범죄 우려가 있는 전통시장에 대한 범죄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상인회를 대상으로 한 위조지폐 감별법 안내 등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화폐 위·변조가 정교해지는 만큼, 원화 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은행이 1차적으로 위·변조 화폐가 제작 유통되지 않게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며 "위폐 범죄가 발생했을 시에도 범죄 유형과 대응 결과를 분석하고 사후 예방책을 마련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등 재발을 막기 위한 소통 절차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수현·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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