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부천 호텔 화재도 ‘예고된 인재’… 호텔 소유주·운영자 구속영장 신청

입력 2024-10-08 16:01 수정 2024-10-08 16:28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와 관련해 호텔 소유주와 운영자 등 4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부천원미경찰서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화재 발생 및 확산 원인에 대한 수사 결과 소유주 A(66) 씨와 운영자 B(42)·C(여·45)씨, 매니저 D(여·36)씨 등 4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에게는 소방시설법 위반(B·C·D씨)과 출입국관리법 위반(B·C씨), 건축물관리법 위반(A씨) 혐의 등도 추가됐다.

8일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이 부천원미경찰서에서 브리핑을 갖고 ‘부천 호텔 화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10.8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8일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이 부천원미경찰서에서 브리핑을 갖고 ‘부천 호텔 화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10.8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앞서 지난 8월22일 부천시 원미구 중동 한 호텔에서는 810호 객실 에어컨의 실내·외기 연결 전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열려있던 810호 객실 문과 비상구 방화문을 통해 화염과 연기가 급속하게 복도와 9층으로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화재 발생을 알리는 화재경보기가 작동됐음에도 이를 먼저 끄고 화재 현장을 확인한 후에야 재작동 시킴에 따라 투숙객들의 피난이 늦어지면서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호텔 측의 안전 관리 책임 소홀도 화재 발생 요인을 키우는 등 ‘예고된 인재’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4년 10월 준공된 호텔을 2017년 5월 인수한 뒤 이듬해인 2018년 5월께 객실 에어컨 교체 과정에서 공사 난이도와 영업 지장 등을 우려해 배선 교체가 아닌 노후 전선 사용을 결정했다.

8일 경기남부경찰청이 발표한 ‘부천 호텔 화재’ 수사결과에서 화재가 발생한 호텔의 에어컨 배선이 오랜 기간 절연테이프로 허술하게 관리돼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2024.10.8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8일 경기남부경찰청이 발표한 ‘부천 호텔 화재’ 수사결과에서 화재가 발생한 호텔의 에어컨 배선이 오랜 기간 절연테이프로 허술하게 관리돼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2024.10.8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이 때문에 에어컨 설치업체는 기존의 에어컨 실내·외기 전선의 길이가 짧아 작업이 어려워지자 기존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면서 절연테이프로만 허술하게 마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에어컨 수리 기사가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수차례 권고했지만 호텔 측이 이를 무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또 호텔 측이 설계도와 다르게 모든 객실에 도어클로저를 설치하지 않은 데다 평소 비상구 방화문을 열어둬 화재 확산을 막을 수 없었고, 간이완강기 역시 부적절하게 설치하거나 관리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더해 호텔 매니저 B씨는 화재 당시 임의로 화재경보기의 작동을 중지시켜 투숙객들의 피난 시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B씨는 8층에서 난 불을 목격한 후 1층으로 내려와 다시 화재경보기를 작동했지만 이 때문에 투숙객의 피난 시간 2분24초가량이 지연되며 5명의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웠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다만, 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8층에서 뛰어내렸으나 에어매트가 뒤집혀 2명이 사망한 데 대해선 소방당국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에어매트 전개 지점이 경사와 굴곡으로 고정이 용이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투숙객들의 사망 원인을 소방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수사를 통해 확인된 소방 구조장비의 운용상 개선점과 호텔 객실의 도어클러져 의무적 설치 필요성에 대해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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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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