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LP의 귀환

입력 2024-10-10 20:10 수정 2024-10-10 20:2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10-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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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판을 수집하고 앨범 커버를 아트(Art)라고 말하던 시대가 있었다. 턴테이블 위 '검은 도넛'에 바늘을 올려놓는 일은 감성이자 낭만이었다. LP(Long play Record)는 1948년 미국 컬럼비아레코드사가 처음 선보였는데, 45분 내외의 긴 수록 시간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SP(Standard Playing Record), EP(Extended Playing Record)가 6~9분이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혁신이었다. 한국에서도 1950년대 말부터 LP음반이 생산돼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았다. 하지만 1980년대 휴대가 편하고 작동이 쉬운 카세트테이프, CD(Compact Disc)의 인기에 밀려 LP판은 먼지 쌓인 창고로 들어가는 듯했다.

디지털의 역설이자 아날로그의 반격인가. 2000년대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탄생한 MP3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CD를 밀어내자 사람들은 아날로그를 소환했다. IFPI(국제음반산업협회)의 '2023 음악 리포트'를 보면, 소비자들은 LP판을 구입하는 이유로 '음악을 물리적인 형태로 소유할 수 있어서'(22%), 레코드판을 재생하는 경험이 좋아서(19%)라고 답했다. 앨범 이너슬리브(속지)에서 LP를 조심스럽게 꺼내 레코드판에서 재생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의식이다. 말끔하게 정제된 음질 보다 따뜻한 노이즈를 품을 때 음악은 풍성해진다. 지금 LP는 복고의 상징이자 감각적인 '사운드힙(Sound-Hip)'이다.

12일 인천 최대 LP 축제가 열린다. '2024 인천 레코드 플랫폼'은 '롱 플레이의 귀환'을 자축하는 이음마당이다. 싱어송라이터 연정과 김필선, 밴드 크랙샷·솔루션스·말레이시아 미드나잇 퓨직이 쇼케이스 무대에 올라 팬들과 소통한다. 또 우예린 신곡 상담회와 인디 케이팝 명반 가이드북 감상회도 있다. 야외 광장 디제잉 파티가 텐션을 책임진다. LP 애호가들은 노머시컴퍼니·마장뮤직앤픽처스·루비레코드 등 30여 셀러들이 보유한 희귀 LP와 CD가 가득한 음반장터에 솔깃하다. 1930~40년대 창고로 쓰였던 근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한 인천아트플랫폼 일대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진짜 음악창고'가 된다.



기록된 음악은 시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흉내 내지 못하는 'LP의 낡음'이 가을과 닮았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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