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의사 귀한데 피부·성형외과 넘쳐나… 기울어진 의료계

입력 2024-10-11 17:48 수정 2024-10-11 22:17

개원가 넘쳐나 오히려 폐업 수순

의대증원 배출 의사들 합류할까

수원시청역 8번 출구에 위치한 병원 밀집 건물. /마주영 수습기자 mango@kyeongin.com

수원시청역 8번 출구에 위치한 병원 밀집 건물. /마주영 수습기자 mango@kyeongin.com

“보톡스 가격 이만원 넘는 병원은 비싸서 안 가죠.”

10일 오전 다양한 병의원이 몰린 수원시청역 앞에서 만난 김모(26) 씨는 8천900원짜리 사각턱 보톡스(근육 수축 주사제) 시술을 받으러 가던 중이었다. 그가 애용하는 서비스는 동네 의원들의 ‘첫 방문 이벤트’다.

김씨는 “처음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이벤트를 진행하는 의원을 찾아 다닌다”며 “6개월에 한번 보톡스를 맞고 있지만 처음 방문할 수 있는 의원이 아직도 많다”고 했다. 실제 수원시청역 8번 출구 앞 대로변 500m 구간 안에만 피부·성형 분야 의원을 20곳 넘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의사 부족으로 운영에 난항을 겪는 대형병원들과 달리 개원가는 넘쳐나는 의사 인력에 오히려 몸살을 앓는 것이다. 수요보다 많은 공급 탓에 위와 같이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 마케팅이 그 단면이다.

저가 마케팅은 광고 효과도 적고 순이익도 얼마 안 되는 마케팅이지만, 의원 간 환자 유치 경쟁이 워낙 치열해 울며겨자먹기로 성행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의료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이틀에 한번 꼴로 저가 마케팅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문의가 오지만, 영세 의원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의원과의 저가 마케팅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부·성형 이외 필수의료 분야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안양 범계역 인근의 병의원 밀집 지역에서는 1년 새 내과 2곳이 문을 닫았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동종업계 경쟁 증가 영향으로 줄어든 수입 등이 폐업을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안양시 전역의 전체 의원 수는 약 420개(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 편의점 약 346개(경기데이터드림 자료)보다 많다.

용인의 수지구청 인근 한 사거리는 개원을 고려하는 의사들 사이에 기피 지역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이 신규 의원 진입을 방해하고 있어서다. 상가 분양 시 동종업계 의원엔 임대를 주지 않도록 시행사에 조건을 건 것이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 박모(60) 씨는 “동종업계 의원이 개업하면 기존 의원들이 시비를 걸어 영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실제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원가에 병의원 공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의사회가 지난 8월 개최한 한 개원준비 관련 설명회 자리엔 경기지역 사직 전공의 300여 명이 몰려들었다.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는 “의대 증원 영향으로 6년 뒤 배출될 의사들도 대부분 개원가로 향할 걸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며 “남은 자리마저 없어질까봐 지금이라도 진입하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의사 공급 불균형이 지속하면 의료 체계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의사 출신의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개혁이 6개월 넘게 공회전하며 피해는 국민이 떠안고 있다”며 “여야와 의정이 한 테이블에 앉아 의제 제한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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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마주영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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