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번화가 인계동마저 '공동화' 도심 속 흉물 [경기도 빈집 리포트·(1)]

입력 2024-10-13 20:32 수정 2024-10-13 21:13
지면 아이콘 지면 2024-10-14 1면

"계십니까?" 물으면 2곳 중 1곳은 '…'

 

흡연하고, 소변 보고… 관리 사각
우범지대 우려, 부동산 거래 기피

구도심에 위치한 빈집
최근 도심 공동화로 인해 경기도내 빈집이 증가하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3일 수원 팔달구 인계동 구천교 일대 구도심에 위치한 빈집이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2024.10.1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경기도도 늙는다.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고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젊은 경기도지만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방증하는 게 '빈집'이다.

그간 빈집은 주로 농어촌 지역이나 도농복합지역 등에 버려진 집을 떠올렸다. 하지만 도시가 많은 경기도 역시 빈집으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도심 속 빈집이 늘어났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문제가 불거지며 잠재적 빈집들도 생겨났다.

경인일보는 경기도 빈집 실태를 추적했다. 한국보다 먼저 빈집의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에 고심 중인 일본 현지 사례를 통해 도내 빈집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살폈다. → 편집자 주
수원 인계동 도심 속에도 빈집이?

 

노숙자들이 이런 거 저런 거 막 갖다놓고 불도 나고 고양이 배설물까지…말로 다 못해

유정순(71)씨가 50여년째 살고 있는 수원 인계동 구천교 일대는 팔달구 중앙에 있는 마을이다. 대도시인 수원에서도 특히 인계동 일대는 번화가지만, 유씨가 사는 마을은 늘 한적하다. 도심공동화로 인해 젊은층이 빠져나간 전형적인 구도심이다.


마을을 거닐다보면 빈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건물 외부 슬레이트는 누렇게 변했고, 반쯤 뜯겨나간 건물 벽면이 곳곳에 나뒹굴었다. 일부 빈집 대문에는 '이 지역은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경찰관 순찰 강화구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여져 있었다. 온갖 나무와 잡초가 빈집 지붕까지 덮었다.

구도심에 위치한 빈집
최근 도심 공동화로 인해 경기도내 빈집이 증가하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3일 수원 팔달구 인계동 구천교 일대 구도심에 위치한 빈집이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2024.10.1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유씨의 안내를 따라 이른바 '빈집 골목'으로 향했다. 골목 입구에는 빈집을 비집고 나온 쓰레기 더미가 있었다. 성인 한명이 가까스로 지나갈 정도의 이 골목에는 양옆으로 빈집 4호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골목에 맞닿은 집들 중 절반 이상이 빈집이었다.

유씨는 이곳을 '골치아픈 동네'라고 소개했다. "한때 도로가 생긴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계획이 철회되면서 다 떠나갔어요. 그 뒤로 사람들이 싹 빠졌고요. 지금은 혼자 사는 할머니들만 남았죠. 보통 집 하나당 7~8평 규모이구요."



동네 주민들은 늘어만 가는 빈집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박종례(87)씨에게도 관리되지 못한 빈집은 골칫거리였다. 그는 속사정을 털어놨다.

"학생들이 골목에서 담배를 필 때마다 아주 속상해요. 냄새가 집에 다 들어오거든요. 골목 하수도에 소변 보는 사람도 있고요. 그래서 다들 이 골목만 오면 얼굴을 찌푸리고 지나가요. 지난해 폭우로 빈집 외벽이 무너져내려 간신히 메워두기도 했어요. 동네에 빈집이 늘어난 건 10년 전 쯤인거 같은데… 이제는 차라리 집들을 허물고 개발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곳에서 한평생 살고 있다는 또다른 주민도 말을 보탰다. "수원시에서 빈집을 매입했는데 풀이 막 자라고 벌레가 들끓어서 어쩔 수 없이 직접 관리를 하고 있어요. 빈집 부지에 화분이라도 두고 키우면 일대가 그나마 관리가 되니까요. 시에서 매입을 했으면 관리를 해야 하는데…."

구도심에 위치한 빈집
최근 도심 공동화로 인해 경기도내 빈집이 증가하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3일 수원 팔달구 인계동 구천교 일대 구도심에 위치한 빈집이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2024.10.1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빈집이 한데 모여있는 곳은 인근이 우범지대로 전락하기 쉽다. 자연스레 부동산 거래도 뜸해진다.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이 마을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동네에 빈집이 열곳 정도 있는데 주민들이 밤에 돌아다니기가 무섭다는 말을 자주한다"며 "빈집으로 인한 도시 슬럼화, 치안 문제 등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정비가 이뤄지거나 일대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경기부진에 준공 후 미분양 속출… 도심 속 흉물 '잠재적 빈집' 쌓인다 [경기도 빈집 리포트·(1)])

/이시은·이영지기자 see@kyeongin.com

※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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