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인천섬으로

'한국 벗어난듯'… 서해5도의 맏형 '백령도' 웅장한 스펙터클 [떠나자, 인천섬으로·(3)]

입력 2024-10-14 21:26 수정 2024-10-14 23:0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10-15 10면

뱃길로 4시간 북한과 고작 17㎞ '서쪽 끝'

심청전 무대·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 서식
하늬해변서 '감람암포획 현무암' 관찰 가능
두무진 해안절벽 절경은 '방문 1순위' 명소
까나리액젓 풍미 가득한 메밀냉면 대표음식
'메모리얼 큐브' 소중한 추억 담는 이벤트도

백령도 유람선에서 본 두무진
유람선을 타고 바라본 두무진 해안. 2024.10.11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인천에서 직선거리만 180㎞. 뱃길로는 220㎞ 거리를 4시간 동안 가야 만날 수 있는 백령도는 국내 섬 가운데 가장 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북한 장산곶과 고작 17㎞ 떨어진 대한민국 안보 요충지이면서 쉽지 않은 접근성으로 청정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는 2029년이면 백령공항이 문을 열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서해5도의 맏형 격인 백령도를 먼저 탐방했다.

■하늬해변 점박이물범부터 '신이 빚은 절경' 두무진까지

지난 11일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 참가자 16명과 인천연안부두여객터미널에서 출항해 백령도 용기포항에 도착했다. 

 

용기포항 앞 광장에 있는 심청상과 점박이물범상이 탐험대를 가장 먼저 반겨줬다. 심청전 설화의 무대이자 천연기념물 제331호 점박이물범의 서식지가 바로 백령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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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백령도 용기포신항으로 관광객 등이 입도하고 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백령도까지는 뱃길로 220㎞, 약 4시간이 소요된다. 2024.10.11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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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목적지로 '진촌리 장군석'에 들렀다. 장군석은 용기포에서 용기원산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높이 170㎝ 정도의 돌기둥이다. 자연석이지만 백령도에는 없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과거 조선시대에 갯벌을 막아 이곳에 농경지를 간척했는데 밀물이 높은 사리 때면 둑이 터져 농작물 피해가 심했다. 이를 막고자 당시 주민들이 육지에서 화강암을 가져와 장군석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연이어 방문한 '하늬해변'은 북한과 가까운 북쪽 해안가에 있어 일몰 전후에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하늬해변에서는 백령도 마스코트인 점박이물범을 관측할 수 있다. 점박이물범은 고래를 제외한 서해안 유일 해양 포유류로 12월 서해 연안을 따라 북상하며 4월쯤 다시 백령도로 돌아온다.

날씨가 맑을 때 간조에 맞춰 점박이물범이 하늬해변 앞 물범바위에서 쉬곤 한다. 운이 좋게도 이날 10여 마리 이상의 점박이물범이 물범바위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어 참가자 모두 관측 망원경을 통해 물범을 볼 수 있었다.

 

백령도 점박이물범 관측
11일 '인천 보물섬 168 캠페인' 참가자가 점박이물범을 관측하고 있다. 2024.10.11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하늬해변에서는 지구 내부 물질을 알 수 있는 '감람암포획 현무암'도 관찰할 수 있다. 감람암은 상부 맨틀의 구성 암석이다. 현무암질 마그마가 분출할 때 맨틀 일부분인 감람암을 포획해 함께 올라와 급속도로 냉각되며 형성된 게 감람암포획 현무암이다.

국내에서는 백령도, 울릉도,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됐으며 가장 크고 선명한 감람암포획 현무암이 백령도 진촌리 하늬해변에 있다.

다음 행선지는 인당수가 보이는 백령도 북쪽 해안의 심청각이다. 물살이 거센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에 있다고 알려진 인당수에서는 심청이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날씨가 맑은 이날 심청각 옆에 세워진 효녀심청상 넘어 북녘땅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예로부터 '신이 빚어 놓은 절경'이라는 찬사를 받은 두무진은 이번 백령도 캠페인 참가자들이 단연 1순위로 꼽은 최고의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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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 배경이 되는 백령도에 설치된 인당수 인근 구릉의 심청각. 2024.10.11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두무진은 뾰족한 바위들이 모여 장군의 머리와 같은 모습을 이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사암과 규암으로 구성돼 오랜 기간 파도에 침식돼 만들어졌다.

국가명승지 제8호로 지정된 두무진 해안 절벽을 온전히 보기 위해서는 하루에 두 번 출항하는 유람선을 이용해야 한다. 병풍을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다양한 기암괴석이 솟아 장관을 연출한다.

유람선 요금은 대인 2만1천원, 소인 1만5천원으로 미리 전화로 운항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두무진항에서 관람로를 따라 10여분 정도 걸어가면 두무진 제1경이라고 하는 선대암 해안에 다다른다. 교과서로 보던 해식동굴과 시-아치(Sea-arch), 시-스텍(Sea-stack) 등 해식 절벽의 다양한 변화 형태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해설사로 동행한 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은 "10억4천300만년 전 모래와 점토가 쌓여 땅속에서 규암이 만들어졌고 지상으로 솟아올라 두무진이 됐다"며 "2019년 국내 11번째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됐고, 현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후보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두무진 외에도 지각변동에 의해 지층이 휘어지고 끊어진 구조가 외부로 선명히 드러나는 백령도 남포리 습곡 등은 한반도 지각 발달사에 대한 귀중한 연구 자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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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변동에 의해 지층이 휘어지고 끊어진 구조가 외부로 선명히 드러나는 남포리습곡. 왼쪽 아래 보이는 바위가 용이 승천하는 모습과 닮은 용틀임바위다. 2024.10.11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 까나리액젓 '한방울' 더한 백령도 냉면


백령도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메밀냉면이다. 서울에 평양냉면이 있다면 인천에는 백령냉면이 있다.

과거 황해도 땅이었던 백령도는 한국전쟁 이후 내려온 실향민들이 메밀을 재배하며 자연스레 냉면이 유명해졌다. 사골 육수를 기본으로 하면서 동치미 국물을 섞은 게 특징이다. 슴슴한 육수에 살짝 넣는 백령도산 까나리액젓이 냉면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게 다른 지역 냉면과 차별되는 백령도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용기포항에서 접할 수 있는 백령도산 자연산 해산물, 밥상에 멸치 대신 올라오는 건까나리 볶음, 잡어가 섞이지 않은 100% 까나리액젓 등이 백령도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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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비상활주로로 이용된 천연비행장 사곶해변. 2024.10.11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 백령도 해변에서 추억 쌓기


1박 2일간 백령도의 매력에 빠진 보물섬 참가자들은 '메모리얼 큐브'(Memorial Cube)에 소중한 추억을 담는 시간도 가졌다. 작은 사각 투명 케이스에 해변에서 수집한 조개껍질과 유리 조각 등을 모으는 이벤트다. 큐브를 채우면 인천시에서 선물을 증정해 재미를 더했다.

모래가 견고해 한국전쟁 당시 비상활주로로 이용된 천연비행장 '사곶해변'(천연기념물 391호)과 형형색색 자갈로 가득한 '콩돌해안'(천연기념물 제392호)에서도 참가자들은 추억을 수집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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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서 추억을 담아가도록 인천시가 기획한 메모리얼 큐브. 참가자들은 여기에 조개껍질 등을 담았다. 2024.10.11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해설사 김 이사장은 "백령도에는 점박이물범, 남포리 습곡 구조, 감람암포획 현무암, 사곶해변, 콩돌해안 등 다섯 가지 천연기념물이 있다"며 "90년이 넘은 '연화리 무궁화'도 있었지만 2019년 고사하며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남아있는 백령도의 소중한 자원을 잘 가꾸고 보살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했다.

인천 논현동에서 딸 이소미(16)양과 백령도 캠페인에 참가한 조연희(39)씨는 "인천에 많은 섬이 있지만 백령도처럼 먼 곳은 오기가 쉽지 않아 이번 캠페인에 지원해 함께 했다"며 "특히 두무진이 기억에 남는다. 해외의 유명 관광지에 비견해도 밀리지 않는 웅장함과 놀라운 풍경이 한국에도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찾아왔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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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에서 온 김라희(8)양이 메모리얼 큐브에 소라껍질 등을 담았다. 2024.10.11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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