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껍데기'만 오라… '모형책' 전성시대

입력 2024-10-14 20:30 수정 2024-10-14 20:38
지면 아이콘 지면 2024-10-15 7면

독서인구 주는데 모형업체 호황
'스타필드 별마당' 등 소품 인기
서점은 "책 안 팔려 문구류 채워"

수원 스타필드 별마당도서관 책장
수원 스타필드 별마당도서관 책장에 설치된 모형책. 2024.10.14 /김태강수습기자 think@kyeongin.com

14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의 한 공공도서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부터 권정생의 '몽실언니'까지 다양한 책이 로비 벽면에 놓여져 책장을 수놓았다. 하지만 이 책들은 빌릴 수 없다. '모형책'이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방문객이 몰려드는 수원 스타필드 내 별마당도서관에서도 모형책들이 책장을 가득 메운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곳 도서관에 모형책을 납품한 황선영 우진메이킹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주 고객이 아파트 모델하우스였다면, 최근엔 도서관 같은 공간을 꾸미는 고객들로 대상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단순 인테리어 분야를 넘어 이제는 종이책을 펴내는 출판업체들마저 모형책 제조업체 고객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원 공공도서관 내 모형책 전시
14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의 한 공공도서관 로비 벽면에 실제 책의 표지를 그대로 본뜬 모형책이 전시돼 있다. 2024.10.14 /김태강 수습기자 think@kyeongin.com

황 대표는 "출판사에서 자신들의 책을 모형책 표지에 사용해달라고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책을 읽는 인구가 줄어들며 관련 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고 있는 반면, 모형책 업계는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책의 목적이 점차 소품화되고 있는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종이책을 1권 이상 읽은 성인 비율은 지난 2013년 71.4%에서 지난해 32.3%로 10년 새 39.1%p 감소했다.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포함한 종합독서율도 같은 기간 72.2%에서 43%로 줄었다.



이 같은 독서 인구 감소는 서점 업계의 침체로 이어졌다. 성남에서 25년째 서점을 운영하는 손억헌씨는 "책이 안 팔려 책장에 문구류를 대신 채워넣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원에서 24년간 서점을 운영해 온 조승기 경기남부서점협동조합장도 "매년 매출이 10%씩 감소하는데 올해는 어떻게 버텼지만 내년에는 정말 모르겠다"며 "업계에선 책이 점점 소품화되는 걸 안타깝게 생각한다. 책 읽는 문화 정착을 위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석기자·김태강수습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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