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소송까지 부담… 지자체가 빈집 정비 이끌 환경 만들어야 [경기도 빈집 리포트·(2)]

입력 2024-10-15 20:38 수정 2024-10-15 21:0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10-16 3면

권리와 의무 사이


소유주 자발 철거 세금 부담 커져
도심선 부동산 경기 악화 등 영향
농촌선 인구구조에 지역쇠퇴 엮여
발생 원인따라 접근방식 변화 필요

아동돌봄센터
경기도가 빈집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소유주 반발에 부딪히는 등 여러 문제로 빈집 정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15일 동두천 구도심에 위치한 빈집정비 시범사업으로 11월 개관을 앞둔 아동돌봄센터. 2024.10.1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빈집 문제가 경기도 도심까지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정비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는 소유주 반발에 부딪혀 빈집 정비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고 직권으로 철거하려면 법적 다툼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소유주의 자발적인 정비를 유도하기 위한 요인도 사실상 없다시피 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게다가 도내 빈집은 각 지자체마다 처한 상황도 제각각이다. 도심 속 빈집이 발생한 주된 원인은 경기 악화 등이지만, 농촌 빈집은 지역쇠퇴 등의 문제가 맞물려있다. 원인이 다른 만큼 해결방법도 지역에 따라 달라야 한다.

■ 사유재산이라 소송 위험성…지자체 쉽사리 손 못대


국내 빈집 정비 법안은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도시 지역 빈집에 관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과 농촌 지역 빈집을 대상으로 하는 '농어촌정비법'에는 지자체 직권으로 방치된 빈집을 철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때 조건은 다음과 같다. 빈집이 붕괴·화재 등 안전사고나 범죄발생의 우려가 높은 경우, 위생상 유해 우려가 있는 경우, 관리가 적절히 안돼 현저히 경관을 훼손하고 있는 경우, 주변 생활환경 보전을 위해 방치하기에는 부적절한 경우 등이 전제가 돼야 한다.

 

동두천 빈집정비 예정지
지자체는 빈집 정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부딪힌다. 사유재산인 빈집을 소유주의 허가 없이 손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진은 동두천시 빈집정비 예정지 모습. 2024.10.1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이런 경우 지자체는 빈집 소유주에게 안전조치나 철거를 명령할 수 있다. 소유주가 특별한 사유 없이 60일 내에 명령을 행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는 직접 빈집을 정비하거나 소유주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자체에서 소유주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빈집을 강제로 철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빈집이 일종의 사유재산인 탓에 철거 후 지자체가 소유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부담이 커서다.

지난해 도내 지자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수원시가 망포동의 빈집 소유주에게 조치 명령을 내렸지만, 이를 행하지 않자 지난 1월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유주가 법인 대표였기 때문"이라며 "자금력이 있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는데, 보통은 빈집을 개인이 소유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유주의 자발적인 빈집 정비를 유도할 만한 요인도 부족하다. 소유주 입장에서는 빈집을 철거하면 되레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빈집을 그대로 두면 주택에 대한 재산세를 내는데, 이를 철거할 경우 나대지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세법상 빈집이 철거되면 건물이 없어지고 빈집 터만 남는데 해당 토지 재산세는 주택이었을 때보다 1.5배 더 많다.

■ 경기도 빈집 사정 시군별 제각각


도내 빈집은 빈집이 위치한 지역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규모가 큰 도시의 빈집은 개발로 인한 구도심 공동화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한 미분양이 주를 이뤘다. 반면 농촌 성격이 두드러지는 도농복합지역은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린 지역 쇠퇴 문제가 엮였다.

그래서 주택이 한데 몰려 있는 도시지역은 농촌과 비교해 동일면적 대비 빈집 비율이 높은 반면 농촌은 지역의 전체 주택 수를 기준으로 도시와 비교할 때 빈집의 절대적인 수가 많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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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역별로 빈집 발생의 원인이 다르고 이에 따른 지자체의 접근 방식도 달랐다. 경기도형 빈집정비 시범사업 첫사례인 동두천 아동돌봄센터와 평택의 도시 지역 등이 그 예다.

돌봄센터가 들어서는 부지는 대표적인 경기외곽지역 구도심이다. 이곳은 지역쇠퇴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뜸한 지역이다. 개발을 하거나 새로운 거주를 유도하기보다, 지역에 필요한 공공시설로 활용하는 게 방안으로 검토됐다. 실제로 경기도와 동두천시는 앞선 사례의 다가구주택과 인근의 빈집을 합쳐 복지시설인 아동돌봄센터를 만들었다.

 

한옥석 동두천 자치행정국장은 돌봄센터가 구도심 활성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두천은 교육 발전특구 시범 지역인데다 아동돌봄 시설이 부족한 구도심에 센터를 개소하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조리실, 암벽 등반, 미끄럼틀 등이 갖춰진 놀이실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로 꾸며진 방들이 여러개 들어올 겁니다."

대규모 택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평택은 동두천과 사뭇 상황이 달랐다. 향후 개발수요를 의식해 빈집이라도 정비되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커 고민이 깊다.

평택시 빈집 정비 사업 담당자는 "내년부터 시 자체적으로 농촌 빈집 정비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개발에 대한 기대 탓에) 농촌이어도 집을 가지고 있는 게 부동산 투자라는 인식이 많아 정비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남지현 경기연구원 균형발전지원센터장은 "중앙에서 주도하는 일관된 정책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빈집 정비 대책을) 이끌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지영·이시은·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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