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위협에도… 접경지 관광객은 ‘북적’ 주민들은 ‘불안’

입력 2024-10-16 18:34 수정 2024-10-28 10:23
북한의 도발에도 접경지 인근 관광지 관광객은 북적하지만,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있다. 사진은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DMZ. /경인일보DB

북한의 도발에도 접경지 인근 관광지 관광객은 북적하지만,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있다. 사진은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DMZ. /경인일보DB

“오물 풍선도 익숙하고...북한 도발도 무뎌진 것 같아요.”

16일 파주시에 위치한 안보 관광지 ‘제3땅굴로’에서 만난 관광객 길승진(45)씨는 이같이 말했다. 제3땅굴로는 전날 북한이 동해선과 경의선 연결 도로를 폭파하며 하루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그런데 이날 다시 운영을 재개하며 이곳은 언제 그랬냐는듯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잇따른 북한 도발로 인한 불안감마저 무뎌진 모습이었다. 길씨는 “가족과 방문했는데, 어제 운영 중단된 걸 오늘 오면서 알았다”며 “파주에 거주해 오물 풍선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젠 익숙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재개된 ‘DMZ 평화관광’도 평소처럼 진행됐다. 도라산 전망대의 3층을 올라갈 수 없을 뿐이었다. 평화관광 관계자는 “북한이 관광객이 보이면 조준사격을 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측의 위협은 여전하지만 시민들의 경각심은 줄어든 분위기였다. 학생, 군인 등도 단체로 평화관광을 찾았다. 인천에서 온 강상훈(16)군은 “연결도로 폭파 사실을 오늘 친구가 알려줘 알았다”며 “북한과 가까운 곳에 온다고 해도 무섭진 않고 친구들도 들뜬 분위기”라고 말했다.

16일 파주시 임직각 안보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4.10.16 /마주영 수습기자 mango@kyeongin.com

16일 파주시 임직각 안보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4.10.16 /마주영 수습기자 mango@kyeongin.com

비슷한 시각 도라산 전망대에서는 우리 군에서 북한에 송출하는 대북 방송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서울에서 온 김모(60대)씨는 “북한하고 관계가 좋던 지난 정부 때 한번 방문했는데 그땐 대북 방송이 안 나왔다”며 “3층 전망대에 올라가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이날 DMZ 평화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은 1천486명으로 평일 기준 평균 관광객인 2천여 명보다 적은 수준이었지만, 관광지 측은 크게 체감되진 않는다고 전했다.

평화관광 매표소 관계자는 “평소보다 조금 적긴 한데 어제 저녁에 갑자기 운영 재개가 발표돼 오지 못한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관광객들을 안내한 한 버스기사는 “어제 오전 첫차까지 매진됐는데 내부 진입하고 관광이 중단돼 다시 돌아갔다”며 “오늘은 평소보다 적은 편인데 관광 재개 사실을 모르고 취소한 손님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각심이 느슨해진 관광객들과 달리 인근 접경지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파주 지역의 북한 접경지인 문산읍 마정리에 거주하는 김모(79)씨는 “‘꽈광’하고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리면 총알을 피해 근처 방공호로 뛰쳐간 (6·25 전쟁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며 “몇십년이 지나도 북한이 뭔가를 폭파했다는 뉴스를 보면 철렁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접경지 주민)우리는 북한 코앞에 살기 때문에 위협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4시쯤 찾은 파주 탄현면 대동리에는 이날도 어김없이 대남방송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 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북한의 돌발행동 등은 단골 이야기거리라고 했다. 오모(16)양은 “학교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대남방송 소음과 남북 관계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며 “설마 하면서도 불안해서 잠을 못 잘 때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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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김태강·마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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