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일 걸린 ‘아리셀 참사’ 첫 재판, 수사기록도 못 본채 끝났다

입력 2024-10-21 19:24 수정 2024-10-21 20:14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 늦어진 자료 복사

재판부 “상식적이지 않아” 신속함 요구

 

박순관 대표측 “공소장 다른 부분 많아”

유가족 “구속 최대 6개월, 빠른 재판해야”

21일 수원지법 앞에서 아리셀 참사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재판과 박순관 대표 등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2024.10.21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21일 수원지법 앞에서 아리셀 참사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재판과 박순관 대표 등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2024.10.21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아리셀 참사로 구속 기소된 박순관 대표의 첫 재판이 사고 120일째 되는 날 진행됐다. 하지만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와 미뤄지는 재판 일정에 법정을 찾은 유족들은 탄식했다.

21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고권홍)는 중대재해처벌법·파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박 대표 등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11월 25일 오전 10시로 예정했다. 이에 유족들은 “23명이 죽은 지 120일이 지났는데 무엇하는 거냐”고 진전 없는 재판 상황을 비판했다.

이날 공판에서 박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과 합의한 바에 따르면 열람실 사정으로 10월 30일부터 증거기록 복사가 가능하다고 한다”며 검찰의 증거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자료는 3만5천 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에 “구속기간이 최대 6개월인데, 열람하고 복사하는데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가 걸린다. 이는 상식적이지 않다”며 “검찰은 물적·인적 자원을 확보해 신속히 재판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 측은 “열람과 복사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 대표에 대한 공소사실의 부인 여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변호인은 “수사기록 전부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말하기 부적절 하다”며 대답을 피했다.

공판 막바지에 검찰 측은 재판부에 입증계획서를 제출하며 “지난 6월 아리셀 공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23명 사망하고, 9명이 부상 입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이라며 “화재 발생에 대한 안전조치 주의의무 위반, 파견법 위반 혐의 등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21일 수원지법 앞에서 아리셀 참사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탄식하고 있다. 2024.10.21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21일 수원지법 앞에서 아리셀 참사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탄식하고 있다. 2024.10.21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이에 변호인은 “공소장에도 피고인 측의 생각과 검찰 측의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다”며 “피고인 측이 수사·증거기록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유죄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공판중심주의에서 벗어난다”고 반박했다.

재판 종료 후 열린 유족 측 기자회견에서 하태승 변호사는 “검찰의 실무적인 사정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재판이 끝났다”며 “박 대표가 구속된 상태로 재판받을 수 있는 최대 기한은 6개월인데 이 중 2개월을 기록 분석하는 데 소진했다.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신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박순관 대표는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30분께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가 지난 8월 28일 오후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8.2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가 지난 8월 28일 오후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8.2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박중언 총괄본부장과 아리셀 임직원 등은 전지 보관·관리(발열감지 모니터링 미흡 등)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안전교육·소방훈련 미실시 등) 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대형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는다.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무허가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 320명을 아리셀의 직접 생산공정에 허가 없이 파견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아리셀이 2020년 5월부터 사업을 시작한 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술력 없는 노동력을 투입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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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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