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미술사 발굴 아직 못 이뤄
권역 아우르는 연대 구축 등 제언
31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틈문화창작지대에서 인천시가 주최한 ‘2024 인천시립미술관 건립·개관 공개 포럼’에서 신수경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2024.10.31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시가 인천시립미술관(인천뮤지엄파크의 일부) 건립·개관 방향성을 설정하고자 개최한 공개 포럼에서 지역 특징과 지정학적 위치를 반영한 운영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천시가 31일 오후 틈문화창작지대에서 연 '2024 인천시립미술관 건립·개관 공개 포럼' 발제자로 나선 기혜경(전 부산시립미술관장)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는 '글로컬시대 지역 미술관의 건립·개관 사례와 변화 양상'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인천 미술의 특징을 제시했다.
이날 현장 발언과 발제문을 종합하면, 인천의 특징은 ▲고유섭·이경성 등 걸출한 이론가들의 도시 ▲개항장이자 항구도시, 휴전선 인접 지역, 교류·이주·이산의 지역 ▲공단 지역으로 노동미술 우세 ▲비교적 늦은 미술대학 설립이다.
인천시립미술관은 수도권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서울에 있는 대형 미술관의 권역과 겹친다.
인천 차원의 독자적 미술사 발굴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면 부산은 '형상', 대구는 '실험', 광주는 '한국화', 창원은 '조각' 등으로 독자성을 띤다. 인천시립미술관은 국내에서는 선례가 없는 '한 지붕 아래 미술관·박물관' 형태다.
기혜경 교수는 "'뮤지엄'(Museum)의 탄생과 전파 과정 속에서 일본과 한국만이 미술관과 박물관을 구분하고 있다"며 "하나의 권역을 아우르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연대, 협업 체계를 갖춘다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인천만의 독자적 뮤지엄 콤플렉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술관은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 환경은 물론 해당 사회가 지향하는 미래 비전을 담아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는 인천시립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평화도시'와 '생태도시' 개념을 꼽았다.
차기율 교수는 "남북 분단 현실과 대치 현장에 가까운 지리적 특성은 인천이 평화도시 개념을 실현할 유력한 후보임을 보여준다"며 "또한 인천은 세계 4대 갯벌을 보유한 대도시로서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이러한 고유한 가치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주제로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담론으로도 확장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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