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파주인가, 위험천만 대북전단 몰리는 이유 [미공개 수첩]

입력 2024-11-02 09:05 수정 2024-11-02 11:30
미공개 수첩
3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납북자가족모임의 전단 살포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2024.10.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3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납북자가족모임의 전단 살포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2024.10.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납북가족 생사 확인만이라도” vs “온전한 일상 되찾고파”

총성은 멈췄지만 남북갈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남갈등까지 벌어집니다.

[영상+ 대북전단 갈등 분출] 납북가족의 절규, 접경주민은 비명… 피해자만 싸웠다

[영상+ 대북전단 갈등 분출] 납북가족의 절규, 접경주민은 비명… 피해자만 싸웠다

둘로 나뉜 분단의 끝… 파주 전쟁납북자기념관앞 대치``소식 듣지 못해, 해결 요구를``… ``北 도발 힘들어, 중단을``퍼포먼스로 대체후 철수… 다시 진행 알려, 불씨 아직 남아..

지난달 31일 납북가족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 계획을 취소했지만 납북자가족과 접경지역 주민 간 갈등은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누구도 원치 않은 납북자가족, 접경지역 주민의 삶도 속절없이 이어지겠지요.

그런데 때로 이들은 공동의 운명에 호소합니다. 납북자가족과 접경지역 주민 모두 분단의 역사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들이기 때문이죠. 21세기까지 분단의 아픔이 그늘로 드리운 현장, 그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납북자가족은 왜 ‘파주’에서 대북 전단을 날릴까

파주만큼 반응이 돌아오는 곳은 없었습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부딪혀야 소리가 나니까요. 소리가 나는 만큼 사안이 커지거든요.”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에게 파주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이유를 묻자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어선을 타고 강원도와 인천 등지에서 대북 전단을 수차례 살포했다고 하는데요. 이전에는 파주에서 전단을 살포할 때만큼 주목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파주는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깝습니다. 대북전단을 살포했을 때 경기도, 파주시, 주민 등의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는 곳이죠.

납북자가족모임이 파주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한 건 납북 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끌기위한 선택이었던겁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는 국내외 취재진이 자리했습니다.

최 대표는 납북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계는 실상을 알리는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비판을 받을지언정 이또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감수해야할 부분이라는건데요.

이토록 그가 납북자 문제 해결에 앞장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15살때 아버지가 납치됐어요. 간첩이 와서 아버지를 끌고 갔고 재산도 다 뺏겼습니다. 아버지는 납북자 중 유일하게 현충원에 위패를 모신 분입니다.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어요.”

그는 어떠한 보상을 바라고 이런 활동을 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납북자 가족들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 이 활동의 이유라고 했습니다.

“한국은 자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슨 탈북자도 아니고요. 납북자가족도 마찬가지로, 북한에 잡혀간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것뿐입니다.”

납북자가족모임이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한 3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주변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2024.10.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납북자가족모임이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한 3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주변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2024.10.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오물풍선 대남방송에 대북 전단까지… 접경지역 주민들 “못 살겠다”

북한과 가까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촉각 곤두세우는 것도 지칩니다.

접경지역 주민들

접경지역 주민들은 온전한 삶의 터전을 되찾고 싶다고 목소리를 냅니다. 북한과 맞닿아있는 지역에 살고있다는 이유만으로 남북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는 것도 지칠대로 지쳤다는 건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완전히 앗아가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접경지역 사람들은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는 납북자가족모임의 행위에 답답한 심경을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파주시 장단면 주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납북자가족─가까워서 ‘납북 관심’ 끌기 좋았지만

접경지주민─가까워서 불안한 일상에 불댕기는 셈

“항상 긴장하고 사는거죠. 당장 전쟁이 일어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평범하게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니까요. 대남방송이 연일 계속되는데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 밖에 없어요.”

박경호 파주 통일촌 청년회장은 정치권에 민관협의체 구성까지 제안했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 이전에도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때면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이 늘 위태로워졌기 때문입니다.

“장단면은 일상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주민이나 마을 단위에서는 해결할 수 없거든요. 민관, 필요하면 군까지 힘을 합해 접경지역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가 필요합니다. 중장기적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피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죠.”

3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에서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4.10.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3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에서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4.10.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대북전단 둘러싼 문제, 어디서부터 풀어야할까

공은 정부 앞에…

노사간 갈등 풀 때와 비슷한 상황

단체와 지역간에 소통 통로 놓아야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대북 전단 살포를 둘러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전문가들에게 이른바 ‘남남 갈등’을 멈추고 납북자 가족과 접경지역 주민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물어봤습니다.

이왕휘 아주통일연구소 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민관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단을 살포하는 건 여러 위험성을 키우는 행위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사소한 오해도 무력 충돌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와 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야 합니다. 노사간 갈등이 있을 때 노사정 협의체를 만들듯이 정부가 협의체를 만들어야합니다. 협의체를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고요.”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기할 수 있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런 의견을 냈습니다.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국회와 함께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는 데 힘써야하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정부의 역할론을 제시했습니다. ‘민관협의체’ ‘대북전단살포 규제법’ 등 구체적인 방법은 달랐지만, 분단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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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은·김태강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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