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
택시 타고 왕복 3시간 '점자교육기관'… "힘들어서 결국 포기"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上)]
인천서 단 한 곳, 찾아가기 천리길
인천혜광학교 유일… 서울에는 5곳
월 7만원 교통비 지원도 오래전 끊겨
"구·권역 안되면 북부권만이라도…"
1일 인천 미추홀구 송암점자도서관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훈맹정음' 창안자 송암 박두성 선생이 남긴 말을 점자로 읽고 있다. 2024.1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에 시각장애 특수학교는 인천시교육청 소속 '인천혜광학교'가 유일하다. 이곳에 입학하지 않으면 중도 성인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배우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주변에서 점자를 가르치는 기관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인천혜광학교를 빼고 현재 인천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를 교육하는 곳은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1곳뿐이다.
인천 서북부 지역인 서구와 계양구는 물론 더 멀리 있는 강화군과 옹진군 등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도 점자를 배우려면 여기로 와야 한다. 이런 시각장애인복지관이 서울에는 5개나 있고, 모두 맞춤형 점자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점자를 배우기 시작한 지 7년째라는 시각장애인 운민혜(49)씨는 강화군에 산다. 그동안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이 열지 않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장애인콜택시로 강화군과 미추홀구를 왕복했다. 집과 복지관을 오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오로지 점자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걸 감내했다고 한다.
그나마 10여 년 전 인천 한 사회복지단체가 점자를 배우려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매달 교통비 7만원을 한동안 지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7년부터 끊겼고, 그 이후로는 시각장애인들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 점자를 알고 싶어도 집 가까이에는 가르쳐 주는 곳이 없고, 교통비 부담도 커서 결국 점자 배우기를 포기하는 시각장애인들도 생긴다.
"집에서 복지관까지 가는 데만 1시간 반 정도 걸려요. 긴 시간 택시에 있는 게 힘들 때가 많죠. 영종도에서 점자를 배우러 오던 시각장애인도 있었는데 얼마 전 힘들어서 포기했어요." 운씨는 "(점자를 아는 덕분에) 평소 글도 쓰고 송암점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다"며 "점자를 배우려는 시각장애인은 많은데,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고 했다.
사단법인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지회들이 각 지역에서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점자 교육을 하려고 했지만, 포기했다고 한다. 지회마다 사무실 공간이 협소한 데다, 점자 교육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점자 교육 활성화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힘들다는 게 시각장애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이순화 자립팀장은 "현재 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 20명 정도가 점자 교육을 받는데, 서구 검단이나 계양구 등 멀리 거주하는 분도 상당수"라며 "구별로, 또는 권역별로 점자를 교육하는 기관을 설립해 시각장애인 교육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안 되면 북부권에라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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