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두 아이 엄마 국감서 대책마련 호소
北, 과거 확성방송과 다른 신종도발 움직임
심리상담·피해보상 외엔 뾰족한 대책 없어
대응 위해 정부·정치권의 냉철한 고민 필요
초등학교 1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을 둔 엄마가 무릎을 꿇고 빌었다. 어린 두 아이의 엄마는 "진짜 싹싹 빌게요. 정말"이라며 흐느꼈다.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국방부 차관과 합동참모의장 등 정부 측 인사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하소연한 엄마는 인천 강화도 주민 안미희씨다. 그녀는 이웃 주민 허옥경씨와 함께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북한의 소음공격에 따른 피해 상황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자 국회에 왔다.
안씨는 국감장에서 "북한의 소음공격으로 일상생활이 무너졌다"며 "성장기 아이들이 밖에서 놀지 못하고 잠을 못 자는 상황인데 (정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의 손자·손녀·자녀가 북한 방송 때문에 힘들고, 무섭고, 잠을 못 자겠다고 하면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했다.
안씨와 함께 국감장에 출석한 허옥경씨는 강화도에서 태어나 60년을 살았다고 한다. 과거에도 대남 방송이 있었지만, 그때는 체제를 선전하거나 남한을 비방하는 말 또는 노래를 낮에만 틀었다는 게 허씨 설명이다. 허씨는 "여야가 정쟁하지 마시고 주민 고통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저희 보상받고 싶지 않다. 소음을 안 듣고 살고 싶은 것"이라며 "소음을 안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우리 군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이 소음공격으로 맞대응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 말 소음공격이 시작됐으며, 북한의 무인기 침투 주장 이후에는 소음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강화도는 물론 경기도 접경지역 주민들도 북한의 소음공격에 평온한 일상을 빼앗겼다. 북한이 체제를 선전하거나 남한을 비방하는 방송이 아니고 동물 울음소리, 쇠 긁는 소리 등 기괴한 소음을 밤낮없이 내보내고 있는 사실은 경인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과거 확성기 방송과 다른 '신종 도발'이다. 이후 유정복 인천시장,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인사들이 강화도 소음 피해 현장을 찾아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인천시 조사에 따르면 강화도 송해면·양사면·교동면 일대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인 약 4천600명이 소음공격 피해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심리 상담, 피해 보상 외에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정부 부처와 정치권에서 논의하고 있는 피해 보상도 언제부터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북한이 소음공격을 멈추는 않는 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북한의 오물풍선 날리기, 남한의 대북 방송 재개, 북한의 소음공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밖에 없다.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의 효용성을 따져볼 필요도 있다. 남북(미군 포함)이 전단 살포로 대대적 심리·선전전을 벌인 것은 한국전쟁 시기다. 당시에는 귀순이나 투항을 권유하는 전단이 많았으며, 적의 동요를 이끌어 내는 등 효과가 작지 않았다. 글을 읽지 못하는 군인·민간인이 많은 점을 고려해 그림이나 사진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 미디어가 발달한 상황에서 전단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확성기 방송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남한으로 오물을 날리고 기괴한 소음만 내보내는 것도 전단과 확성기 방송의 낮은 효용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냉철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만 높이는 구시대적 선전 방식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방법은 많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기도가 파주시·김포시·연천군 11개 지역을, 인천 강화군이 강화도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것은 잘한 일이다.
안씨의 초등학생 자녀들이 물었다고 한다. "엄마 국회에 가면 내일부터 북한에서 소리 안 나는 거야?" 애들에게 답을 줄 수 없는 안씨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강화도 송해면 등 접경지역 주민들이 소음의 고통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
北, 과거 확성방송과 다른 신종도발 움직임
심리상담·피해보상 외엔 뾰족한 대책 없어
대응 위해 정부·정치권의 냉철한 고민 필요
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 |
안씨는 국감장에서 "북한의 소음공격으로 일상생활이 무너졌다"며 "성장기 아이들이 밖에서 놀지 못하고 잠을 못 자는 상황인데 (정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의 손자·손녀·자녀가 북한 방송 때문에 힘들고, 무섭고, 잠을 못 자겠다고 하면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했다.
안씨와 함께 국감장에 출석한 허옥경씨는 강화도에서 태어나 60년을 살았다고 한다. 과거에도 대남 방송이 있었지만, 그때는 체제를 선전하거나 남한을 비방하는 말 또는 노래를 낮에만 틀었다는 게 허씨 설명이다. 허씨는 "여야가 정쟁하지 마시고 주민 고통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저희 보상받고 싶지 않다. 소음을 안 듣고 살고 싶은 것"이라며 "소음을 안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우리 군이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이 소음공격으로 맞대응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 말 소음공격이 시작됐으며, 북한의 무인기 침투 주장 이후에는 소음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강화도는 물론 경기도 접경지역 주민들도 북한의 소음공격에 평온한 일상을 빼앗겼다. 북한이 체제를 선전하거나 남한을 비방하는 방송이 아니고 동물 울음소리, 쇠 긁는 소리 등 기괴한 소음을 밤낮없이 내보내고 있는 사실은 경인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과거 확성기 방송과 다른 '신종 도발'이다. 이후 유정복 인천시장,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인사들이 강화도 소음 피해 현장을 찾아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인천시 조사에 따르면 강화도 송해면·양사면·교동면 일대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인 약 4천600명이 소음공격 피해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심리 상담, 피해 보상 외에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정부 부처와 정치권에서 논의하고 있는 피해 보상도 언제부터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북한이 소음공격을 멈추는 않는 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북한의 오물풍선 날리기, 남한의 대북 방송 재개, 북한의 소음공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밖에 없다.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의 효용성을 따져볼 필요도 있다. 남북(미군 포함)이 전단 살포로 대대적 심리·선전전을 벌인 것은 한국전쟁 시기다. 당시에는 귀순이나 투항을 권유하는 전단이 많았으며, 적의 동요를 이끌어 내는 등 효과가 작지 않았다. 글을 읽지 못하는 군인·민간인이 많은 점을 고려해 그림이나 사진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 미디어가 발달한 상황에서 전단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확성기 방송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남한으로 오물을 날리고 기괴한 소음만 내보내는 것도 전단과 확성기 방송의 낮은 효용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냉철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만 높이는 구시대적 선전 방식이 아니더라도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방법은 많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기도가 파주시·김포시·연천군 11개 지역을, 인천 강화군이 강화도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것은 잘한 일이다.
안씨의 초등학생 자녀들이 물었다고 한다. "엄마 국회에 가면 내일부터 북한에서 소리 안 나는 거야?" 애들에게 답을 줄 수 없는 안씨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강화도 송해면 등 접경지역 주민들이 소음의 고통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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