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플랫폼 인천

'몸짓을 낳는 몸짓'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에 눈을 뜨다 [ART-플랫폼, 인천·(8)]

입력 2024-11-04 19:02 수정 2024-11-04 19:18
지면 아이콘 지면 2024-11-05 15면

김성용 현대무용 '린치'


'보이지 않는 폭력과 전이' 작품 인정받아
5~7기 입주…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취임
하나의 동작서 뻗는 '연쇄적 움직임' 개발
세계 유일… 최근 지역상생 프로젝트 진행

2015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한 '린치' 쇼케이스의 한 장면. /인천문화재단 제공
2015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한 '린치' 쇼케이스의 한 장면. /인천문화재단 제공

서로 국적이 다른 여성 무용수 2명(박은영, 마리코 카키자키)이 '폭력'이란 주제를 갖고 몸으로, 움직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걸 표현해낸 현대무용 작품 '린치'(LYNCH). 무용수들은 둘이었다가 하나가 됐다가 다시 둘이 되고, 유연한 신체를 놀랍도록 구부렸다가 폈다가도 한다.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폭력과 그 폭력의 전이에 노출된 '나'와 '집단'과 '당신'의 욕망을 몸으로, 움직임으로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5·6·7기) 입주작가로 활동한 안무가 김성용이 2015년 11월 인천아트플랫폼 쇼케이스로 첫선을 보였다. 3년 동안의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친 김성용은 2017년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가로 발탁돼 2022년 임기를 마쳤고, 지난해 9월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 취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안무가가 된 그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린치'를 통해 비로소 작가로 인정받게 됐던 것 같다고 했다. '린치'는 김성용 단장의 폭력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었다.



"두 사람이 각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이 될 수도 있고 하나의 인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나오는지 굉장히 실험을 많이 해봤던 작품입니다. 기량이 뛰어난 무용수들과 함께 저의 내면에 더 집중하고 제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이 사람은 작품을 잘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구나' 하고 인정을 받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린치'는 서울에서 수차례 공연됐고, 일본, 베트남, 엘살바도르 등지에서 해외 관객들도 만났다. '린치'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탄생했다.

김 단장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무용가들이 자기 연습실을 갖기 쉽지 않은데,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가 있기에 안정적인 창작이 가능했다"며 "갤러리나 공연장이 비어 있을 때도 사용할 수 있었고, 다양한 예술가들과도 영향을 주고받은 것 같다"고 했다.

국립현대무용단 '정글' 스틸컷.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국립현대무용단 '정글' 스틸컷.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국립현대무용단에서의 첫 작품 '정글'은 김 단장이 개발한 비정형적 움직임 리서치 '프로세스 인잇'(Process Init) 등의 방법론으로 독보적 예술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글'로 표상된 무대 위의 해프닝을 원근적 시점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지난 4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돼 파리올림픽 개최 기간인 7월부터 한 달여 간 프랑스 파리 13구 극장, 이탈리아 체르토사 산 로젠조 야외무대, 오스트리아 빈 폭스시어터,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오페라 등에서 해외 투어를 진행했다.

"계속해서 상황에 맞춰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현대무용의) 정석이었다면, 프로세스 인잇은 무용수 각자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움직임을 하나의 프레이즈로 얻어내고, 그 프레이즈를 계속해서 변화시킵니다. 이러한 작품은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습니다. 해외 극장 공연에서 모두 매진됐고요. 세계 유수의 이론가와 평론가가 관심을 가졌습니다. 내년에도 유럽 투어를 계획 중입니다."

김 단장의 시선은 세계로 뻗어가면서도, 안으로도 흐른다. 김 단장의 국립현대무용단은 서울을 넘어 부산, 세종, 광주, 대구에서 현대무용 생태계를 살리는 지역상생 프로젝트 '코레오 커넥션'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과 대구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활동한 경험이 그의 시선을 서울 경계 밖 '현대무용 불모지'로도 향하게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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