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이름에 어깨 무거워… 전통머리 계승·발전 힘쓸 것"
형편 어려워 가발 빌려 자격증 시험
보조시절까지 포함 도합 35년 경력
미용 최고경영자 과정·박사학위도
2024 인천시 명장으로 선정된 이승미씨는 "가위를 놓지 않는 한 전통 머리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4.11.12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
최근 '2024 인천시 명장'으로 선정된 이승미(60)씨가 밝힌 소감이다. 인천시 명장은 우수 기술인을 발굴해 우대하기 위해 201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2017년부터 매년 1~4명씩 분야별 명장을 선정하고 있는데 '미용' 직종에서 명장을 받기는 2018년에 이어 이승미 명장이 두 번째다.
이 명장의 경력은 미용실 보조 시절까지 포함하면 도합 35년이다. 1990년 서울에 거주할 당시 생계를 위해 동네 미용실에서 미용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청소부터 시작해야 했다. 미용분야에 발을 들인 첫 순간이었는데, 어느 날 미용실에서 일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미용실을 그만둬야 했다.
1991년 남편 직장을 따라 인천으로 이주했고 오자마자 동인천에 있던 미용학원을 다녔다. 좋아서가 아니라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 형편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배움에 임했다. 매번 아무도 없는 학원에서 밤 늦게까지 연습했다. 자격증을 따려면 가발이 꼭 있어야 했다.
"가발값도 없었어요. 자격증을 따면 취직해서 첫 월급을 받아 갚는다는 약속을 하고 학원을 함께 다니던 언니에게서 가발을 빌려서 자격증 시험에 참가했죠."
첫 직장은 서울 명동에 있는 유명 고급 미용실이었다. 월급 8만원을 받고 일하며 가발값을 갚았다. 차근차근 기술을 배우며 1년여를 일하고 인천으로 옮겼다. 회전율이 높은 인천 만수동의 한 미용실이었는데, 한꺼번에 많은 손님의 머리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만져야 했다.
명동에서 고급 기술을 배웠다면 인천에서는 배운 기술을 숙련시킬 수 있었다. 머리를 만지는 것이 좋아 미용실에서 숙식하며 일했다. 당시 원장은 딱 1년 만에 "이제 그만 나오라"고 말했다. 직접 미용실을 개업해도 충분히 성공할 실력이니 개업을 하라는 애정 어린 조언이었다.
개업해 미용실을 이어가다 1998년 1년 과정의 이화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미용아트 최고경영자 전문교육과정을 마친 것은 그가 전통 머리에 관심을 가지며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2016년에는 박사학위도 받았다. 그는 전통 머리를 연구하는 (사)한국전통문화연구진흥원, 한국전통문화 뿌리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그는 2018년 모범 선행 시민으로 인천시장 표창을 받고, 2022년에는 인천시의 '올해의 인천인' 대상을 받았다.
이 명장은 "옛 전통 머리에서 현재 우리 미용의 뿌리를 찾을 수 있어요. 뷰티산업이 성장하려면 전통 머리를 계승·발전시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위를 놓지 않는 한 계속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