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2만가구, 고양시 대곡역세권 9천400가구, 의왕시 오전왕곡지구 1만4천가구, 의정부시 용현지구 7천가구 등 그린벨트를 풀어 수도권에 5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조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지역은 이미 훼손돼 개발제한구역으로 보존할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라며 "토지이용 효율성을 높여서 해제면적을 최소화했고,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공공주택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번 정부의 신규 택지 조성계획에 대해 '제3기 신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착공과 주택공급 실적에 차질을 빚는 등 사업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계획에 그치고 있는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걱정이다.
남양주 왕숙1·2, 하남 교산, 인천 계양지구 등 3기 신도시 첫 후보지를 발표한 것이 2018년 12월로 벌써 만 6년 전의 일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서둘러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보상이 미뤄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천 계양과 하남 교산은 2021년 12월,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은 2021년 11월, 남양주 왕숙1·2는 2021년 12월에 각각 보상에 착수했지만, 하남 교산과 고양 창릉만 2023년 10월과 12월에 보상을 완료했을 뿐이다. 남양주 왕숙1·2는 2025년 상반기,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은 2025년 하반기가 돼야 보상이 완료될 전망이다. 광명·시흥, 의왕·군포·안양, 화성 진안 등 후발 3기 신도시는 보상절차가 지연되면서 지구 지정마저 미뤄지고 있다. 보상이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손해는 고스란히 원주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그린벨트내 신규택지 조성계획을 발표하니, 계획만 나열한 채 실제 공급은 하세월인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계획이 시장에서 전혀 정책적 실효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택공급 계획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첩첩산중인 실무적, 제도적 장애물들 탓이다. 신규 택지개발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애요인들을 일괄적으로 손볼 때가 됐다. 적시적기가 관건인 주택공급이 계획 단계에서 지체되는 현실을 개선하는데 관계부처와 공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