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 2020년 9월 발표한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추진계획'은 폐기물 발생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종합대책이었다. 이때 발표된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폐기물의 발생지 처리 원칙이다. 폐기물이 발생한 지역에서 그 폐기물을 자체 처리토록 함으로써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이다. 시·도 발생지 책임을 확립하고, 시·도 경계를 넘어 이동·처리되는 폐기물에 대해선 반입협력금도 도입키로 했다. 오랜 시간 수도권매립지로 인해 고통 받아온 인천시민들로선 두 손을 들고 환영할 만한 조치였다. 그런데 환경부의 이 중요한 폐기물 정책 기조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인천에서 운영되고 있는 5개의 민간 소각장 가운데 일부가 '생활폐기물 인허가' 없이 다른 시·도의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발주한 용역을 수주해 생활폐기물을 수탁 처리하고 있는 사실이 경인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정해지는 폐기물 코드는 크게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로 나뉜다. 소각장들은 이런 대분류를 바탕으로 폐기물 처분 업종 허가를 받을 때 소각할 폐기물 종류에 대한 세부 '코드'를 발급받는다. 각각의 코드는 폐기물의 종류와 처리 방법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사용된다. 폐기물의 수거, 운반, 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코드가 무시된 채 폐기물의 처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환경부의 폐기물 처리 정책이 첫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뒤늦게 환경부가 법률 위반 여부 검토에 나섰다. 만약 법률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면 환경부가 견지하고자 했던 발생지 처리 원칙을 스스로 뒤집고 무너뜨리는 셈이 된다. 민간 소각장들은 타 지자체가 쏟아내는 생활폐기물의 처리량을 늘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확보됐다며 반입량을 확대할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런 소각장들이 위치한 지역 주민들에 돌아가게 된다. 물론 서울지역의 기초 지자체들이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 이후 급증할 서울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길이 마땅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환경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발생지 처리 원칙이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될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환경정책의 후퇴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