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 수능장 스케치
눈물과 환호속 "고생했다" 포옹
"시험 끝낸 아이 표정 몰라 긴장"
후련·허무… 매운 떡볶이 생각도
14일 오후 4시30분께 이번 수능이 치러진 성남시 분당구 서현고 교문앞은 수험생을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가을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학부모들은 한 손으론 우산을 쓰고, 다른 한 손으론 자녀의 우산을 들고 수능이 끝나길 기다렸다.
첫째 딸을 기다리던 노혜란(49)씨는 "아침에 데려다 줄 때 딸이 울까 봐 고생했다는 말을 하지 못했는데, 끝나고 나오면 고생했다고 안아주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후 5시가 넘어가자, 탐구 영역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오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들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반겼다.
평온한 표정으로 시험장을 나오던 백윤희(19)양은 "수능이 끝난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수험생 할인을 해서 롯데월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안양 평촌고 교문앞 역시 수험생을 기다리는 인파로 꽉 찼다. 과천에 거주하는 최정선(45)씨는 "차가 막힐까 봐 일찍 집에서 나섰다"며 "시험을 끝내고 나오는 아이 표정이 어떨지 몰라서 긴장이 된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수능이 치러진 인천 미추홀구 인명여자고 정문 앞은 수험생을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최유미(53)씨는 "하루 종일 아이가 무사히 시험을 보고 있는지 걱정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아이가 전날 밤에 긴장을 심하게 해서 체했었는데 아프지 않았길 바랄 뿐"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5시 5분께 교문이 열리고 수험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부모님의 얼굴을 보자 눈물을 왈칵 쏟는 수험생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꼭 잡으며 밥은 잘 먹었는지, 아프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차시은(19)양은 "수능이라고 하면 인생을 결정하는 큰 시험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긴장도 되지 않고 평소에 모의고사를 볼 때와 비슷했다"며 "후련하기도, 허무하기도 하다. 빨리 매운 떡볶이를 먹으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에서 발생한 수능 부정행위는 23건 내외로 잠정 집계됐다. 반입금지 물품 및 시험 중 부정한 휴대물 소지 9건, 종료령 후 답안지 표기 6건, 4교시 탐구 영역 응시 절차 위반 8건 등이다. 부정행위자로 최종 확정되면 당해 연도 성적은 무효 처리된다.
/조경욱·정선아·김태강·마주영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