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상징 자유공원 이름표 바꾸자"

1888년 11월9일.
미·영·러·청·일 등 각국 외교관은 인천시 중구 응봉산 일대를 '각국 공원'으로 할 것에 공동 서명했다. 러시아인 토목기사 사바틴이 설계와 측량을 맡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공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의 '파고다 공원'보다도 9년이나 빨랐다. 인천사람들은 이를 '만국공원'이라 불렀다고 한다.

인천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오던 외국인들은 이 '만국공원'에 들어선 각종 서양식 건축물을 보고 나서야 “아! 조선에 왔구나”라는 말을 했을 정도란다.

1914년 일본은 여기에 신궁을 설치하고 '서공원'이라 칭했고, 1945년 광복 후 다시 만국공원으로 돌아갔다. 인천상륙작전 때 융단폭격을 맞아 폐허가 됐고, 1957년 10월3일 개천절을 맞아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유엔군사령관 맥아더 장군의 동상 제막식에 맞춰 '자유공원'이라 이름했다.



인천의 '얼굴'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의 역사다. 이 자유공원을 '미래 도시' 인천의 틀에 맞게 새롭게 꾸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인천에 대한 국제적 투자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도 냉전시대의 산물로 이름표를 바꿔 단 '자유공원'을 원래의 이름인 '만국공원'으로 바꾸고, '국제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원은 “자유공원은 인천의 도시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공원인데도 지금은 단지 '미국공원'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면서 “인천의 이마 구실을 한 만국공원은 말 그대로 인터내셔널 파크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천 정체성의 핵심은 '국제성'에 있다. 한국전쟁의 상징물인 자유공원을 평화를 상징하는 만국공원으로 바꾸고, 그에 걸맞는 복원에 나서는 일이야말로 시급한 인천의 도시정체성 찾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최원식 인하대 교수, 김영주 전 시의원 등 많은 지역 인사가 이런 생각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14일 “인천의 가장 상징적인 공원인 자유공원에 미국 장군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인천시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인 만큼 이 곳의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거나 인천상륙작전기념관으로 옮겨야 하고, 이름도 냉전과 전쟁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원래의 만국공원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앞으로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이같은 운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연대는 지난 해 말부터 올 초까지 3개월여 동안 맥아더 동상 앞에서 맥아더 동상의 철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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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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