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침분침

철새와 굴뚝없는 경제

경기도 주변에 철새가 날아든다. 하루는 수원을 지나는데 기러기떼 한 무리가 고층아파트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팔당·한강하류·파주·평택호 주변에 청둥오리·물닭·논병아리가 떼지어 먹이를 찾고, 큰기러기가 하늘을 덮으며, 큰고니와 재두루미는 커다란 몸집을 한껏 뽐낸다.
새들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새가 없다면 깨끗한 공기, 맑은 물, 많은 먹을거리와 목재를 주는 숲이 건강해질 수 없다. 해충이 범람하기 때문이다. 새가 하루에 먹는 곤충의 양은 자기 몸무게의 3분의2나 된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곤충의 알집을 먹어주기 때문에 다음해에 생겨날 해충을 적절히 조절해 주는 것이다.
중국공산당 시절, 모택동이 문화혁명을 하면서 4해 추방운동을 벌였다. 파리·모기·쥐·참새 네 가지는 인민에게 해를 주는 생물이기 때문에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며 전 인민을 동원하여 몰아냈는데, 파리·모기·쥐를 없애는 것까지는 별탈이 없었지만 참새를 없애고 나서 큰 문제에 부딪쳤다. 해마다 식량이 늘어나야 하건만 점점 줄어들면서 메뚜기와 각종 해충이 불어나 농사를 지을 수 조차 없게 된 것이다. 이를 알아보니 참새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참새는 봄과 여름철에는 농경지 주변에서 해충을 잡아먹다가 가을철 이후에 자신이 일한 것에 대한 대가로 조금의 식량을 먹을 뿐인데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애버리니 해충이 범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새들은 나무의 열매를 멀리 퍼트려 준다. 식물은 움직일 수가 없지만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씨앗을 퍼트린다. 대부분이 새들의 역할에 의해서 그렇게 된다. 새들은 과즙은 소화시키고 딱딱한 씨앗은 똥이나 입으로 뱉어낸다. 자연적으로 떨어진 열매는 100개 중 10개미만이 싹을 틔우지만 새들이 먹고 싸낸 씨앗은 90개 이상 싹이 나온다. 그래서 나무가 산을 넘고 물을 건널 수 있는 것이다. 새가 많으면 숲이 다양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철따라 이동하는 수 십억 마리 철새들의 날갯짓은 지구의 기후를 온화하게 해주는데 역할을 하며, 맑은 새소리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살찌운다.
라는 세계 3대 철새 통과지역이고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를 가지고 있었다. 불과 10년전 만해도 날아가는 겨울철새를 보다 목이 아플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철새들이 우리나라에 머물지 않고 대부분 다른 나라로 날아가고 있다. 특히 일본으로 많이 이동하는데, 일본은 도시 한복판에 조그만 습지만 있어도 아주 많은 겨울철새들이 몰려든다. 일본 큐슈 이즈미라는 인구 3만의 도시에는 전세계 두루미류의 90%가 몰려든다. 두루미를 보기위해 외국 관광객들이 찾아오는데, 이즈미 사람들은 두루미가 찾아오는 11월부터 다음해 시베리아로 돌아가는 3월까지 5개월 동안 관광객들이 쓰고 가는 돈으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즈미에 사는 중학생들이 해마다 두루미의 숫자와 행동을 조사하고, 주부들과 노인들은 기금을 모아 먹이를 공급해 준다. 시와 정부에서는 두루미가 와 있는 동안 농사를 못 짓는 농부들에게 보조금을 주면서 두루미 보호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곳 사람들은 두루미를 치료하는 병원, 두루미 박물관을 비롯하여 두루미 가로등, 두루미 카페와 같이 모든 것을 두루미로 상징하고 있다. 심지어 공중전화까지 두루미 모양이다. 그곳에서 두루미가 죽으면 두루미 납골당까지 지어준다.
그 두루미들은 예전에 우리나라를 찾아 겨울을 나던 새였다고 한다. 이즈미에는 처음에 열 마리 정도의 두루미가 찾아왔다고 한다. 이것을 한 노인이 먹이를 주고 계속 보살피자 현재는 1만여마리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새들도 대화를 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주변 새들에게도 알려준다. 그래서 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가게 되고 나쁜 곳은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이즈미와 같이 자연자원을 보호하면서 사람도 살아갈 수 있는 경제를 '굴뚝 없는 경제'라 한다. 지금처럼 하늘과 하천을 오염시키면서 경제상품 팔아봐야 나중에 환경을 복원하는데 드는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조금만 노력한다면 '굴뚝 없는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 일원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좋은 장소이다. 미래의 경제, 굴뚝 없는 경제를 일으켜보자. <류창희 (자연생태연구소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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