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앞두고 주부 김모(35·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곱살배기 딸이 1주일에 한두번을 제외하고 밤에 자다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소아 야뇨증'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선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않기 위해 “괜찮다”고 말하지만 휴가지에선 이불빨래도 쉽지 않는 등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소아 야뇨의 경우 커가면서 저절로 낫는 것으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야뇨증은 어린이들의 교우관계를 형성하고, 자아발달 시기에 주로 나타나고, 최근엔 야뇨증이 어린이의 성격 형성이나 정신적·사회적 건강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오면서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되고 있다.
#소아 야뇨증,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다
야뇨증은 오줌을 가릴 수 있는 나이인 5세를 지나서도 무의식적으로 밤에 잠자리에서 오줌을 싸는 것을 말한다. 만 2세가 지나면 밤에도 의식적으로 배뇨를 조절할 능력이 생긴다. 이 조절능력은 늦어도 3~5세엔 완성된다. 그런데 낮에는 조절이 가능하던 아이가 잠이 들면 불가능하게 돼 '오줌싸개'란 별명을 얻게 된다.
야뇨증은 생각보다 훨씬 흔하다. 5세 아동의 약 15%에서 나타나며 이후 일년에 15% 정도에서 호전이 돼 사춘기에 이르면 약 2~5%의 청소년에서만 야뇨증이 나타난다. 1999년 대한 소아비뇨기과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5~12세 남자 어린이의 16%, 여자 어린이의 10%가 일년에 한 번 이상 이불에 오줌을 싸는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남아에게서 오줌싸개가 많다.
#야뇨증 원인은 복합적이다
야뇨증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야간 다뇨, 방광의 용적, 수면시 각성장애, 정신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부모 양쪽이 어린시절 야뇨증이 있었던 경우 자녀의 77%에서, 부모중 한쪽이 야뇨증이 있었던 경우 44%에서 야뇨증이 나타날 수 있고, 부모 모두 정상이더라도 자녀 15%에서 야뇨증이 나타난다. 다음은 항이뇨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이다. 우리 몸에선 뇌로부터 항이뇨호르몬이란 물질이 분비돼 소변을 농축 시켜 주는 역할을 하며, 체내의 수분 양을 조절하게 된다. 항이뇨호르몬 분비는 낮에는 분비량이 적어서 3~4시간에 한번 화장실을 가게 하지만 밤에는 분비량이 많아져 소변의 양을 적게 만든다. 그런데 야뇨증 어린이의 경우 낮과 밤의 분비량이 비슷해 밤에도 자주 소변이 마렵지만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이불에 쉬를 하게 된다. 이 밖에 방광 용적이 작아 자주 쉬를 보게 되거나 수면시 각성장애로 인해 방광이 가득차도 뇌에서 각성 기전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원인이 된다.
#야뇨증 치료,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줘라
야뇨증 치료엔 약물요법과 행동요법이 있다. 약물요법은 방광 용적을 늘리고, 수면의 깊이를 감소시켜 쉽게 잠에서 깨도록 하며, 항이뇨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항우울제와 항이뇨호르몬 제제가 사용되는데, 간혹 다양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후 사용해야 한다.
행동요법으론 아이 스스로 야뇨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밤에 오줌을 싼 후 아이를 야단치거나 기저귀를 채우는 등의 모욕감을 주기 보다는 아이 혼자만 오줌싸개가 아니라 또래 아이들도 오줌싸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설명하고, 실제 오줌을 싸지 않는 날은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으로 아이를 격려하고 칭찬해 주어야 한다.
또 저녁 식사 후 자기 전까지는 가급적 물을 마시지 않도록 하고, 반드시 자기 직전에 소변을 보도록 하며, 밤에는 초콜릿이나 콜라 등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식 섭취는 피하도록 한다.
이 같은 방법으로도 야뇨증이 계속되면 야뇨경보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야뇨경보기는 잠옷에 부착, 오줌을 싸면 경보기가 울려 잠에서 깨게 하는 것인데, 이를 자꾸 반복하면 나중엔 방광에 소변이 찼을 때, 배뇨가 일어나기 전 스스로 일어나 소변을 보게 된다.
〈도움말:한창희 의정부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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