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온 ④

다시 말해 정정당당 주먹으로 천하를 통일한 박준호가 자존심 상하게 전기 철조망 따위를 동원할 게 뭐냐 하는 얘기다.

한데, 일이 잘못 풀리는 바람에 거꾸로 박준호가 앞장 서 의뢰처인 영림쪽 관계자에게 은밀히 청을 넣어 전기 철조망부터 부랴부랴 설치한 터다.

다름 아닌, 마지막까지 공장에 남아 있던 노조 중간 간부 녀석 탓이다. 놈은 술에 취해 잠을 잤던 모양으로 동료들이 공장에서 쫓겨난 줄도 모르고 일어나 소란을 피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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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들이 누구야? 누구냐구!”

버럭버럭 고함을 내질러서,

“이 자식이 어디서 큰 소리야? 아구지를 돌리기 전에 입 다물어!”라고 겁을 줬는데도,

“오라, 네 놈들이 경찰이구나. 맞지? 사복경찰이지?”

마구잡이로 씨부렁댄다.

“경찰이라니? 네 눈에 우리가 경찰로 보여?”

짝코가 재미있다는 듯이 히힛 웃으며 대응하자,

“내 눈은 못 속여! 새끼들아. 더러운 경찰놈들, …네놈들은 도대체 누구 편이야? 누구 좆 빠는 놈들이냐구!”

“이것 봐, 노조원 나리. 우리는 경찰이 아니야. 이 공장을 인수한 새로운 주인이란 말이야. 알았어?”

그래도 경표가 점잖게 타이른다.

“뭐라구? 공장을 인수했다구? ”

놈이 주위를 휘 훑은 다음, 고개를 주억거리며, 추상 같은 어조로 내 뱉는다.

“오라, 그래. 사장놈이 가짜로 깡패놈들에게 명의 이전을 한다는 정보가 나돌더니, …결국 그렇게 된 거로구나! 그래, 네놈들이 그놈들이냐?”

“저거, 제법이네? 빨리 내쫓아!”

보다 못해 박준호가 한마디 한다. 그리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뭐, 내쫓으라구? 야, 누가 누굴 쫓아낸다는 거야? 이 새끼들아. 그래, 얼마 처먹고 이런 더러운 짓 하는 거야? 여기는 내가 주인이야! 아니 우리들 모두가 주인이라구. 비록 배때기 부른 사장놈 농간에 속고 속아 이 지경, 이 신세됐지만, 여기는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우리의 보금자리, 일터란 말이야!”

추상 같은 말투와는 달리, 놈은 몸조차 가누지 못해 계속 휘휘 풀린 다리를 위태위태하게 떼놓곤 한다.

“큰 행님이 쌔기 처치해 삐라 안카나?”

조봉삼이 귀를 막으며 경표에게 이른다.

“알겠습니다. 형님.”

경표가 놈의 멱살을 단숨에 치켜 든 채 정중히 일갈한다.

“노조원 나리, 그만 댁으로 퇴근하시지요.”

“퇴근하라구?”

당최 놈은 고개를 숙일 줄 모른다. 계속 게거품을 물고 주접을 떨어마지 않는다.

“안 그래도 퇴근하고 싶어 미치겠다. 마누라 궁둥이도 두들기고 싶고, 아이놈들 볼에 뽀뽀도 하고 싶고, …한데도 집에 못 간 지가 어언 석달열흘이다. 이 씹헐놈들아!”

“그렇다면 더더구나 빨리 나가시라구, 어서!”

“못 나가! 못 나간다구!”

“왜, 못 나가?”

“우리들 목숨 바쳐 이곳을 사수하기로 맹세했으니까!”

“죄 도망쳤는데, 누가 어디를 사수해?”

“도망쳤다구?”

“그래, 이 새꺄!”

경표가 갑자기 돌변하여 놈의 아랫배에 펀치를 집어넣는다.

“헉!”

숨이 막히는지, 풀썩 주저앉아 버린다. 그러나 용수철처럼 놈이 다시 일어서며, 대한독립만세 외치듯,

“이 도둑놈들아! 이 모리배 앞잡이들아!”

꽥꽥 고함을 지른다.

“어이, 재수없는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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