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에 대해 어머니가 말씀하실 때는 늘 '남자다운 분이었다'는 말을 했어요."
강재구 소령의 외아들 병훈(42)씨에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도 그럴 것이 병훈씨는 태어난 지 14개월 됐을 때 아버지의 비보를 접해야 했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극장에서 아버지를 소재로 만든 '소령 강재구'란 영화를 봤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상영관을 나설 때 친구들이 저를 보고 '병훈아'하고 불렀는데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더군요. 극 중에서 제 이름이 나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중학교 시절, 강재구 소령의 이야기가 교과서에 실렸을 때에는 선생님이 그에게 일어나서 직접 읽어보라고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영웅'의 아들로 산다는 것이 그리 자연스럽지만은 않았을 터.
그는 "아버지가 늘 자랑스러웠지만, 아버지의 후광으로 인해 제약을 받는 것은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병훈씨는 합격이 보장된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으며 지금은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강 소령이 산화하고 나서 박정희 대통령은 "병훈군이 적령이 되었을 때 우선적으로 육사에 입학하게 하라"고 당시 이후락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는데 이는 육사 창설 이래 처음있는 조치였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군인정신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훈기자·hoon@kyeongin.com>임성훈기자·h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