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H 카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의 역사는 시대적 가치와 관점의 변화에 의해 그 해석이 달라지며, 또 달리 해석되어야만 한다. 역사적 사실은 역사가의 조명을 통해서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되기에,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은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역사가는 "모든 역사는 현대의 역사(contemporary history)"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마치 진흙 인형에 신의 숨결이 뿜어짐으로써 사람으로 태어나듯, 과거의 사건이지만 실은 현재의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의해 새롭게 의미를 얻는다는 것이다.

디지털 영상시대를 맞아 역사도 탈문자의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는 역사 드라마가 인기다. 도서관의 두툼한 서책으로, 왠지 어렵게만 다가오던 역사가 살아 움직이는 흥미와 재미로 편안하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사 교과서와 논문으로 대중적 관심을 끌기에는 쉽지 않다.

천년의 역사가 살아 움직인다. 더 이상 죽어있는 역사가 아니다. 임금과 대신, 왕비와 후궁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궁녀와 내시, 민초들의 생생한 삶의 목소리가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옳고 그름, 선과 악, 나쁨과 좋음의 이분법적 역사관(?)이 옳으면서 그를 수 있고, 착하면서 악할 수 있는, 나쁘면서 좋은 입체적 역사로 부활하고 있다. 역사 드라마가 역사의 다양성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영상 체험 시대가 역사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우려가 있다.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조차 부인되거나 변질되는 것이다. 역사드라마의 논쟁의 발단은 언제나 사실과 진위 여부이다. 배우의 의상, 어투, 소품, 시대적 배경, 스토리 등은 논란의 대상이다. 역사와 상상력의 결합은 "역사를 재미있게 보게 하느냐?"와 "재미를 위해 역사를 빙자하느냐?"의 경계에 처해있다. 따라서 '재미와 사실'을 구분하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다.

실례로 요즘 인기있는 '왕과 나'의 성종과 소화(폐비 윤씨)는 실제 성종 17세 때 29세의 윤씨가 후궁으로 들어왔다. 처선도 중년이었다. 역사 드라마를 보고 '역사 시험'을 본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이유이다.

/문화커뮤니케이터·한국외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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