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화백은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의 초상화를 완성,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를 대통령 퇴임에 맞춰 역대 대통령 초상화가 있는 본관 1층 세종실 복도 벽면에 내걸 예정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역대 대통령은 모두 8명. 이들의 초상화는 5명의 화가에 의해 그려졌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등 세 명의 전직 대통령 초상화는 김인승 화가가 도맡았다. 최규하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박득순 화가의 작품이다. 정형모 화가는 전두환,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형근 화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을 그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 초상화는 이원희 화가의 작품이다.
노 대통령을 맡은 이 화백은 건국 이후 청와대에 걸린 대통령 초상화가로는 여섯 번째가 되는 셈이다. 대통령 초상화 작가 선정은 통상 청와대가 문화관광부, 국립현대미술관 등 미술관련 여러 기관·단체의 추천을 받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노 대통령 초상화 작가로는 이 화백을 포함해 모두 9명이 추천됐다고 한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이 직접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가 작년 4월이다. 이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 등 3곳의 기관·단체에서 추천했다고 한다.
이 화백은 작년 4월 노 대통령을 만났다.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 1시간 30여 분이나 걸렸다. 초상화엔 그 주인공의 인품과 성격까지 드러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직접 만나는 게 제일인 법. "대통령께서는 시골사람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그려달라고 하셨어요. 당신이 시골 출신이라면서요. 제가 농촌 사람과 이야기를 자주 화폭에 담아 온 것이 낙점의 배경이었다는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이 화백은 10월에 '작품'을 완성해 청와대에 가져갔는데, 다시 손을 봐야 했다. 노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 여사와 둘이서 30여 분이나 그림을 본 끝에 머리 결이 너무 차분해 부자연스럽다는 의견을 낸 탓이다. "처음엔 손이 잘 안풀려 애를 먹었습니다. 보통 그림이라면 보름이면 될 것을 2개월 이상이 걸린 이유입니다. 평소에 초상화를 거의 그리지 않는 데다 대통령을 그린다는 게 큰 부담이 됐습니다." 노 대통령 초상화를 그리면서 눈동자와 눈빛을 표현하기가 가장 어려웠다는 이 화백은 우리의 '국토기행'을 야심차게 준비하려 한다고 했다. 한반도 전역의 곳곳을 찾아, 사람 내음이 생생한 '인간 삶'을 화폭에 담아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요즘 화단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드러냈다. 튀는 아이디어와 과학기술에 바탕한 작품은 많지만, 그 속에 진정한 의미의 예술성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작가들의 치열한 현장성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이 화백은 인천 동산고 교사를 지내기도 했으며, 지역 미술단체에서 꾸준한 현장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