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원자재가가 거침없는 고공 행진을 계속하면서 경기도내 중소제조업체들이 원재료 값을 감당하지 못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원자재가 상승만큼 납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데다 운송비마저 급상승, 삼중고를 겪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군포에서 엔지니어링 사출 전문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유가때문에 20여년을 지켜온 공장문을 닫아야할지 깊은 시름에 빠졌다. 며칠전에는 원재료를 판매하는 대기업에서 내달부터 판매가를 올리겠다는 일방적인 통보까지 받았다. 2년전만해도 600~700원(1㎏ 기준)에 불과하던 화학 원료가 이미 1천800원으로 3배 가까이 오른 상태라 그는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최근에는 원료비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까지 육박하면서 생산할수록 적자만 불어나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납품하던 거래처를 10여곳으로 줄이고, 공장내 7개 생산라인을 3개만 가동하는 등 제로 마지노선을 조절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년동안 원료비 부담때문에 직원 절반을 해고했지만 여전히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정말 20여년동안 회사를 경영하면서 요즘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광주에서 인쇄업을 하는 B대표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원재료인 펄프 가격이 올들어 2차례나 올랐지만, 이달 중에 한번 더 오를 것이라는 말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쇄 설비 가동에 필요한 LPG도 1년만에 2배 가량 올라 설비가동이 부담이 되는데다 운반에 소요되는 경유값까지 천정부지로 올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게 B대표의 설명이다.

안산 시화공단에서 30년째 화학용기 제조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C대표 역시 "IMF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며 한탄했다. 지난해 12월 플라스틱 업계가 요구한 40%의 납품 단가 인상 가운데 올해 15%의 인상분만 반영됐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 멈출줄을 모르면서 또다시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해야 하는 처지다.

C대표는 "환율로 원자재 수입이 부담되고 납품 단가에는 반영되지도 않는데다 기름값마저 올라 3중고를 겪고 있다"며 "이제는 납품을 중단하고 길거리로 나선 기업도 예사로 보이질 않는다"며 대책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