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료칸 여행

세상에서 나를 가장 극진하게 반겨주는 곳
   

우뚝 솟은 마천루와 도심에서 만나는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복장의 젊은이들, 아기자기한 카페, 울창한 삼나무 숲 속에 자리한 사찰과 신사들. 싱싱한 참치회와 스시, 라멘, 돈부리 등 맛있는 음식….

일본 여행에서 이 모든 것을 다 경험했다 하더라도 료칸에서 하룻밤 묵어보지 않았다면 아직 일본을 제대로 여행했다고 할 수 없다. 료칸에서는 일본인 특유의 부담스럽다고 해도 좋을 만큼의 친절과 여행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료칸 정원의 정성스럽게 가꿔진 조경과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듯한 전통 실내 장식 등은 우리네 한옥에서 하룻밤 묵어보는 것 같은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료칸은 여관을 일본어로 발음한 것이다. 여관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여관을 연상한다면 오산이다. 어둡고 부정적인 느낌의 우리나라 여관과는 달리 일본의 료칸은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격과 서비스가 웬만한 특급호텔을 넘어선다. 숙박을 하면 투숙하는 동안은 말할 것도 없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때까지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茶·식사도우미 '나카이상' 인상적

일반적으로 료칸은 대도시보다 지방의 유명 관광지나 온천지역에 몰려 있다. 가급적이면 예약을 하고 가는 편이 좋은데, 규모가 큰 료칸의 경우 역에 도착해 전화를 하면 미니버스를 이용해 기차역이나 버스 정류장까지 손님을 마중 나온다. 예약 손님을 맞기 위해 나온 직원들이 만날 손님의 이름이 적힌 깃발이나 피켓 등을 들고 있는 장면을 공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료칸에 도착하면 '오카미상'이라고 불리는 안주인이 지배인과 종업원을 대동하고 직접 현관까지 나와 손님을 맞는다. 오카미상은 일종의 총지배인 격으로 손님의 접대에서 직원 교육까지 료칸의 전반 문제를 책임진다. 료칸은 전통을 중시하는 만큼, 오카미는 철저한 훈련을 거쳐 양성되는데 대부분 며느리와 딸이 물려받는다. 오카미가 되기 전에는 예비 오카미라는 과정을 거친다. 주인의 딸이나 며느리라고 예비 오카미에 쉽게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부자리 정리와 차 심부름 등 혹독한 견습 과정을 거친 후에야 오를 수 있다.

오카미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이 '나카이상'이다. 나카이상은 여종업원으로 손님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시중을 들어준다. 식사를 할 때도 옆에서 찬을 내오거나 시간에 맞춰 화로에 불을 붙여 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련한 나카이상은 손님의 외모와 말투만 보고도 성향을 파악해 적절하게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나카이상에게 가방을 건네면 객실로 안내할 것이다. 객실 크기는 싱글 룸 정도의 넓이로 바닥에는 '다다미'라고 하는 전통적인 장판이 깔려 있다. 그 위에는 작고 낮은 탁자만이 놓여 있다. 문의 역할을 하는 것은 쇼지라고 불리는 슬라이드식의 스크린이다. 밤이 되면 탁자를 치우고 '후톤'(布團)이라고 부르는 두툼한 이불을 깔아준다.

   
▲ 료칸을 찾으면 '나카이상'의 정성스런 환대에 놀라게 된다.

지역특산물 '가이세키'요리 군침

방에 들어서면 나카이상이 친절한 목소리로 차를 마시는 법에서부터 시작해 식사시간, 목욕시간 등 료칸에 묵는데 필요한 각종 정보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일본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카이상의 설명은 계속된다. 몸짓 등과 섞어 하기 때문에 대충 알아들을 수 있다. 이들의 친절하고 섬세한 서비스에서 마치 에도시대의 쇼군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짐을 대충 정리할 때쯤 식사가 들어온다. 료칸에서는 나카이상이 음식을 방으로 날라다 주기 때문에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갈 필요가 없다. 아마도 료칸에서 숙박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가 일본 전통상차림인 '가이세키'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료칸은 지역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데 외국인이나 전통 료칸을 처음 이용하는 손님에게는 음식에 대한 설명과 맛있게 즐기는 법까지도 상세하게 일러준다.

야트막한 상 위에 8가지 정도의 음식이 정성스럽게 차려진다. 음식의 양은 많지 않지만 맛깔스럽다. 음식의 종류는 계절이나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전골요리인 '나베모노', 구운 생선인 '야키자카나', 삶은 야채와 고기인 '니모노', 야채와 생선을 튀긴 '덴뿌라', 생선회인 '사시미', 절인 야채인 '쯔케모노', 식초를 친 야채와 생선인 '스노모노', 일본식 된장국인 '미소시루' 등이 상에 오른다.

입맛에 맞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겠지만 섬세하게 장식하듯 차린 상을 보면 일본인들의 꼼꼼한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하나하나 천천히 맛을 음미하다 보면 처음에는 적은 양처럼 보였지만 은근한 포만감이 든다. 일본산 맥주나 사케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식사를 마치고 잠깐 정원을 거니는 동안 나카이상이 이부자리를 마련해 놓는다. 주름살 하나 없이 반듯하게 펴진 이부자리를 보면 마음도 개운해진다.

료칸에서는 일본 전통의 목욕가운인 유카타(浴衣)로 갈아입는다. 원래 유카타는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걸치는 것이지만 속옷을 입어도 무방하다. 오비라는 긴 끈으로 앞을 여민다. 우리 생각으로 유카타 차림으로 남들 앞에 나선다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 같지만 료칸 내에서는 누구나 유카타 차림으로 다닌다. 익숙해지면 이 차림이 훨씬 편하고 자유롭다.

   

이색적인 온천욕 일본 정취 '물씬'

료칸에 묵으면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공중목욕탕인 '후로'에서 즐기는 온천욕이다. 대부분의 료칸이 널찍한 공동 목욕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후로의 온천욕이 일본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채롭고 특별하다. 우리나라의 목욕탕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다르지는 않지만 욕탕의 장식이나 디자인, 시설 등에서 일본적인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몇몇 료칸에는 혼욕이 가능한 남녀공용탕을 갖춘 곳도 있는데 이를 이용해 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과 달리 여성들이 공용탕을 이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혼욕의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후로는 대개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보통 10시까지) 운영하므로 편리한 시간에 찾아가면 된다.

료칸의 서비스는 귀국해서도 계속된다. 아마 당신이 료칸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면 나카이상이 보낸 엽서가 도착해 있을 것이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남은 일정을 잘 보내시고 다음에 일본을 찾는다면 꼭 다시 들러주길 바란다"는 말이 적혀 있을 것이다. 료칸의 서비스는 손님이 떠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료칸 이용하는 법


■ 투숙객은 료칸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 그리고 복도에서는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방에 들어갈 때는 슬리퍼를 벗는다.

■ 후로의 욕조에 들어가기 전에는 몸 전체를 씻은 후, 몸에 비누 거품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일본의 욕조는 몸을 씻는 장소가 아니라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그는 곳이다. 욕조에 머리카락 담그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한다. 머리가 긴 사람은 흘러내리지 않도록 묶은 후 입욕하는 것이 좋다. 탕 속까지 타월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도 물론 실례다. 체크인 후 온천탕으로 가기 전에 유카타로 갈아입는 것도 잊지 말 것. 타월과 속옷도 지참해야 한다. 유카타를 입은 채 식사를 하거나 주변 온천지를 다녀도 된다.

■ 료칸은 일본의 어느 곳에나 있지만 최상의 체험을 즐기기를 원한다면 조용한 주택가에서 찾는 것이 현명하다. 대부분의 료칸은 작은 건물로 12실 정도의 객실밖에 없으며 작은 정원에 면하여 세워진 경우가 많다. 일본에는 6만개의 료칸이 있지만 국제관광 료칸연맹(www.ryokan.or.jp)에 가맹되어 있는 1천495개의 료칸은 이 가운데에서도 특히 편안하고 쾌적하게 묵을 수 있는 료칸들이다. 료칸의 요금은 다양하지만 보통 료칸의 경우, 2끼의 식사가 딸린 1인 1박의 경우 1만2천엔에서 2만엔 정도다. 세금과 서비스요금은 별도로 청구된다.

■ 저렴하게 일본을 여행하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The Japanese Inn Group'에 소속된 80개 정도의 료칸을 권한다. 외국여행자를 접대하는 것에 익숙해 있으며 요금도 비교적 저렴하다. 객실요금은 식사가 딸리지 않은 1인 1박의 경우 평균 5천엔 정도이다.

글·사진/최갑수 여행작가 ssucho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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