右로 가는 대학가, 이유는… "두 번의 진보정권, 勢 결속 실패"

'진보계층에 대학가 깊은 패배의식' 진단… "싸우는 국회 염증""누굴 뽑아도 똑같아"
   
▲ 지난 4일 오전 10시 인하대 9호관 514호 강의실. 43명의 학생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학생들의 선거와 정치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한 경인일보 '긴급 설문'에 답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경인일보=정진오·김명래기자]대학가에 '진보' 성향의 학생보다 '보수'와 '중도' 성향이 많아진 것은 왜일까.

정치외교학과 전공 학생들이 정치성향이 어떨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4일 찾은 인하대 강의실에서는 학생들로부터 의외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백지훤(27)씨는 "진보적이라던 정권이 두 번 연속 집권했으나 진보층을 공고히 하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 뒤 집권한 한나라당은 뭉칠 수 있는 기재가 확실하다. 이번 천안함처럼 안보를 주제로 하면 한 번에 뭉치는데, 진보는 너무나 파트화 돼 있어 뭉칠 수 있는 게 없다. 자기가 진보라고 외치는 대학생들도 확실한 주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진보계층'에 대한 대학가의 패배의식이 깊다는 얘기도 했다.



이상준(28)씨는 "80년대 진보와 보수는 민주주의 하나를 놓고 갈라섰다면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를 확보한 상태에서 나뉜다. 또 진보는 반미이고, 친북이다는 식의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안보는 그동안 마치 보수만의 전유물로 여겼는데, 요즘은 진보도 안보를 생각한다는 점을 확실히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안보'와 '보수'를 동일시 하는 인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43명의 학생 중 '보수'가 7명, '진보' 14명, 그리고 '중도'가 22명이었다. '정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 정외과 학생들에게 '중도'가 유난히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이승희(25)씨는 "저는 진보성향이라고 생각하지만, 행동은 진보처럼 하지 않는 것 같아 중도라고 했다. (행동하지 않으면) 진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진보성향이라고 한 학생들은 그 이유를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했다.

최준영 교수는 "정외과 학생이면서도 정치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19세와 20대 투표율이 전국 평균 37.9%와 33.8%로 젊은층의 정치무관심이 높다. 이 때 인천지역 20대 투표율은 28.9%로 전국 연령대별 투표율 중 가장 낮았다. 대학생들의 정치 무관심도 그 원인으로 꼽힌다. 학생들의 입에서 그 답이 나왔다.

유은비(21)씨는 "대학생을 위한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고, 이건노(26) 씨는 "결투장이 된 국회 본회의장 모습 등 정치권에 대한 염증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 학생은 "TV에 나오는 정치권의 모습이 유치한 패싸움처럼 보일 뿐"이라고 극단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또 '누굴 뽑아도 다를 것이 없기 때문' '과거 지배계급의 지금까지의 연속성과 그 폐해 때문' 등이란 설명도 있었다.

이와는 달리 '(정치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생각 때문' '투표보다 개인적 일에 더욱 관심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대학생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강의실에 앉아 있던 학생 중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한 번이라도 투표해 본 적이 있다고 한 경우는 23명이었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최 교수는 "미국에서도 대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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