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유행은 그 시대에 특징적인 문화와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60년대 흑백TV에 이어 80년대 컬러TV가 보급되면서 유행의 주기가 급속히 빨라지는 경향을 띠게 됐다.
1961년 5·16쿠데타 이후 재건국민운동본부의 국민생활계몽운동에 따라 생활의 간소화, 합리화를 추구하면서 남성의 '재건복'이 등장했다. 또 의류 수입이 금지됨에 따라 국산화의 길이 다져지게 되었고 '재봉틀 부속품의 국내 생산 성공'(1963년 2월15일자) 이후 한복 개량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하였으나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다.
"'매스미디어'의 강한 물결을 타고 주택가의 하늘은 TV안테나의 정글을 이루고 있어 안방극장인 '텔레비전수상기'가 가정에서 계속 인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경제 사정 호조와 문화생활에 급격한 발전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는데 29일 현재 수원시내에서 TV수상기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수가 5천600여가구로써 총가구수 3만3천575가구에 비하면 6가구당 1대꼴이 되는 셈이다."(1971년 12월30일자 사회면)
우리나라 최초의 TV는 1966년 현재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만든 VD-191로 당시 흑백TV 한 대의 가격은 웬만한 집 한 채 가격과 비슷한 15만원이나 됐다.
올해 남아공월드컵에서 3D TV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것처럼 70년대에 들어서면서 흑백TV 수상기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신문에서도 TV프로그램을 게재(1972년5월6일자)하기 시작했고 1980년 8월부터 컬러TV가 국내 시판이 이뤄지면서 생활 팬턴의 변화까지 가져왔다. 또한 극장가도 컬러TV 등장으로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전업을 채비한다는 예상(1981년1월13일자 사회면)이 나오기도 했지만 2000년대 시대의 흐름에 맞춘 멀티플렉스관처럼 대형화로 극장(영화)산업은 꾸준히 성황을 이루고 있다.
70년대의 유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미니스커트와 장발.
"새 경범(輕犯)처벌법 내일 발효/꼴불견·새유행·비시민단속… 적발된 사범은 경고장을 주어 훈방방면코 악질적인 경우에는 5천원 이하의 벌금이나 29일 이하의 구류를 시키기로 했다. 경찰이 집중단속에 나설 대상은 ▲휴지·담배꽁초 버리기 ▲침·껌 등 뱉기 ▲음주소란행위 ▲과도한 노출·살이 보이는 옷차림 ▲유언비어 유포 ▲장발 및 저속의상 ▲비밀댄스 …"(1973년3월9일자 사회면)
"11가지 추가된 새경범처벌법 시행세칙 적용 기준-'비키니'는 해수욕장내에서만 허용"(1973년3월10일자 사회면)
1967년에 가수 윤복희가 국내 최초로 입은 미니스커트는 1968년 이후 폭발적으로 유행했으며 1970년대 초에는 롱부츠와 함께 무릎 위 20㎝까지 짧아졌다. 남자들도 뒷머리가 목을 덮을 정도의 장발이나 이른바 말총머리 헤어스타일이 유행,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되기도 했다. 미니의 출현은 단순히 의복 형태의 변화라기보다도 우리 전통사회의 사고에 대한 대변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탈주부' 실상과 원인-근래에 들어 유원지 곳곳에서의 탈선행위는 급기야 경찰의 단속으로 제지되어야 할 만큼 그 도가 지나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1975년 6월5일자 사회면)
70년대 경제성장과 함께 주부들의 여가 활동이 늘면서 주부들의 탈선이 사회문제가 돼 경찰의 단속과 여성단체의 정화 캠페인,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좌담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춘 카바레가 유행을 하면서 일명 제비족으로 인한 가정파탄까지 몰고 간 사례가 늘면서 경찰의 집중단속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중고생 교복 자율화시대 개막/93년 계속된 일제잔재 '검은 제복'이여 안녕-교복자율화 시대의 막이 올랐다. 2일 초중고 각급 학교의 개학을 맞아 전국에서 동시에 시작을 맞아 교복자율화 조치 첫날 경기도와 인천의 중고등학생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띤채 활기찬 모습으로 학교에 등교했다.…지난 93년동안 계속되어온 제복 시대의 흔적을 지워나갔다.…"(1983년3월2일자 사회면)
"바나나·파인애플 등 사치품 수입금지-상공부는 지난 1일 수입자유화 확대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사치품 위주의 수입신청품 가운데 바나나 및 파인애플 등은 수입을 금지시키고 유리 제품과 패각류는 별도의 소위원회를 구성, 수입허용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1983년7월21일자 2면)
40~50대들의 학창시절, 바나나와 파인애플은 서민들의 과일이 아닌 부유층만이 즐기는 사치품이었다. 농어촌 지역에서 바나나는 아예 책속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과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 사치품이던 바나나는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오히려 국산 사과보다 저렴해 서민 장바구니의 단골 품목으로 탈바꿈했다.
"점빼고…코 높이고…쌍꺼풀까지…여중고생 성형수술 유행-최근 일부 중·고 여학생들 사이에서 미용을 위한 쌍꺼풀, 코 높임수술, 치아교정 등 성형수술이 크게 유행,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뜻있는 의사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겨울방학과 졸업 시즌에 접어들면서 취직을 앞둔 일부 졸업반의 여고생들 사이에서 크게 번지고 있으며,…"(1989년 1월18일자 사회면)
90년대 초반까지 성형수술은 개인적이고, 사치스러운 것에서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외모 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유행을 타게 됐다. 게다가 2000년대 들어 취업을 앞둔 20대의 성형수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를 잡고 최근들어서는 취업 면접을 준비하는 남성들 사이에서도 성형수술이 증가해 성형수술은 더이상 사치가 아닌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또한 좁아진 취업문에다 토익 점수나 어학연수 정도는 기본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경쟁의 새로운 수단으로 성형수술이 확산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연예인이 돈과 명예를 최고의 인기 직종으로 부각되면서 외모를 가장 우선시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됐다.
이에 반해 2000년대 들어서는 복고풍의 유행 등이 다시 도래하기도 하고 획일적인 유행 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신세대 경향도 엿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