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에 살인ㆍ방화까지…잔혹해지는 성범죄

`사회적 소외자, 약자 상대 분노표출 방식' 해석

"범죄 이전 단계에 개입할 사회 시스템 갖춰야"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김길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잔혹한 수법의 성범죄가 잇따라 일어나 시민들을 갈수록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우발적인 범행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만큼 이런 범죄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더라도 성범죄 예방교육이나 우범자 대책 등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오전 7시께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다세대주택 3층에서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이모(24.여)씨가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관에 의해 발견될 당시 두 손이 뒤로 묶여 있었고 하의가 벗겨진 상태였던 점으로 미뤄 누군가 이씨를 성폭행하고서 범행을 숨기려고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아흐레 전인 지난 17일 새벽에는 약사 한모(48.여)씨가 서울 양천구 집 근처에서 납치돼 살해됐다.

   한씨의 라세티 승용차는 같은날 오전 3시께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이면도로에서 불에 탄 채 상태로, 한씨는 납치 사흘 만인 20일 오후 서해안고속도로 광명역 나들목 부근 배수로에서 시신으로 각각 발견됐다.

   경찰은 한씨 역시 하의가 벗겨져 있었고 신모(28)씨 등 유력한 용의자 두 명이 강도강간 전과가 있는 점으로 미뤄 이들이 한씨를 성폭행하고서 살해하고 차량을 불태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대전에서는 회사 택시를 몰며 여자 승객 세 명에게서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택시기사 안모(4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안씨는 피해자의 얼굴을 청테이프로 묶어 질식사시킨 뒤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실은 채 버젓이 영업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저질렀다.

   성폭행도 모자라 증거를 없애려고 살인에 방화까지 서슴지 않는 잔혹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여성들의 불안감도 극에 달한 상태다.

   회사원 양경혜(29.여)씨는 "요즘 잔인한 성폭행이나 강력범죄가 너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여자아이가 있는 모든 집에서 불안해한다. 인터넷에서 이런 기사 제목만 봐도 화가 나서 아예 클릭을 안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성범죄가 점점 흉악해지는 것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약자인 여성을 상대로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으로 해석한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경쟁에서 탈락해 사회에서 소외되는 등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이 오랫동안 쌓인 사람이 자신보다 약한 여성을 향한 범죄 심리를 드러낸 것"이라며 "범죄 드라마 등으로 수사기법이 노출돼 신고하지 못하게 하려고 살해하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아예 방화까지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성범죄자가 택시운전을 영원히 못하도록 하고 전자발찌 부착을 소급적용하는가 하면 화학적 거세 방안이 논의되는 등의 대책 논의를 떠나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두나 기획조직국장은 "지난해 2천여건의 성폭력 신고가 들어왔고 최근에도 계속 느는 추세다. 전자발찌나 화학적 거세가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라며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성폭력 위험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사회가 약자들을 보듬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들은 적절하게 치료, 교육해야 한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성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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