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상천 (경제부 차장) |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하듯, 지리산 둘레길과 가평 올레길, '팔만대장경 이운길 순례' 등 걷는 길 만들기 열풍이 거세다. 덩달아 대한민국 국민들은 산과 강 등 아름다운 우리네 산천을 다니며 길 걷기 열풍에 흠뻑 빠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초 신라 불교 대중화에 공헌한 원효대사의 순례길을 개발해 이를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경주 보문관광단지내 신라밀레니엄 파크에서 문화부를 비롯해 한국관광공사와 유엔 세계관광기구인 스텝재단, 경상북도 등이 공동으로 '원효대사 순례탐방 관광상품화 론칭(출발)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원효 순례탐방길은 원효대사의 행적을 따라 걷는 탐방길 조성과 더불어 종교와 철학, 기후변화방지 환경대장정, 웰빙푸드 기행, 전통유산 등을 두루 포함한 코스로, 천년고찰에서는 참선과 사찰음식도 맛보며 템플스테이를 소재로 한 패키지 상품을 함께 개발한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문화부만 원효길 복원 용역을 수행할 뿐 원효길 복원에 나섰던 스텝재단이나 경상북도 등이 참여하지 않아 유야무야되는 듯하다. 몇 년 안에 많은 여행객들이 1천400년 전 신라시대 큰 스님 원효가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걸을 수 있기를 고대했던 꿈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경인일보가 원효 순례길 복원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원효길을 먼저 가봤다. 창간 50주년 기획으로 '길에서, 원효를 만나다'를 통해 원효길의 역사적 의미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등을 한국 정신사 복원 차원에서 재조명해 본 것이다.
원효길은 역시 한반도 남쪽을 사선으로 가로질러 470여개 사찰을 둘러볼 수 있는 696㎞에 달하는 긴 여정이어서 한국판 캔터베리 이야기란 평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원효가 태어난 경산시부터 시작된 탐사길은 대중불교를 발흥시켰던 원효의 경주, 천년 신라사찰이 산재한 대구,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안동 하회마을을 거쳐 문경 하늘채길, 남한강이 도도히 흐르는 여주 신륵사, 원효가 깨달음을 얻은 평택·화성,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정조 왕릉이 있는 화성 용주사에서 수원행궁까지의 대장정이었다.
국토를 횡단하는 원효의 구법순례길은 세계문화유산과 천년사찰 순례, 남한강과 낙동강을 둘러보는 생태탐방, 국립공원과 농촌공동체 길임을 확인했다. 그 여행길에서 느낀 한반도의 아름다움과 만난 사람 등은 지금 생각해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깨달음을 준 시간들이었다.
원효길 복원은 문화부와 불교계의 일만은 아닌 듯하다. 이젠 원효길이 지나가는 평택을 비롯, 각 지자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동참해 원효길 복원에 동참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장차 선보일 원효순례길이 서양의 '산티아고로 가는 길'처럼 세계인들이 즐겨 찾을 순례코스로 각광을 받을 그날을 손꼽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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