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566_175582_5611
[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학업을 마치는 것만이 졸업은 아니다. 졸업의 卒은 '마칠 졸' 業은 '일 업'자로 일을 마친 모든 종업식(終業式)이 졸업식이다. 개업식, 창업식, 취업식, 취임식 등이 시업식(始業式)이고 폐업식, 퇴임식, 이임식 등은 종업식(終業式)―졸업식이다. 삶을 마치는 장례식, 영결식 역시 인생 졸업식이긴 마찬가지다. '생년월일'의 반대말이 '졸년월일(卒年月日)'이다. 그래서 졸업을 '필업(畢業)'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도 '畢業(삐위에)'이라는 말을 쓴다. 중국 고전을 보면 또 '졸업'의 첫째 뜻이 '왕업(王業)'이다. 임금의 통치 대업의 시작이 시업식―등극식이고 그 졸업식이 곧 퇴위(退位), 폐위(廢位)식이다.

영어의 졸업은 commencement 또는 graduation exercises지만 커멘스먼트는 오히려 졸업이 아닌 '새 출발'이라는 뜻이고 등급, 계급, 정도를 뜻하는 grade(←라틴어 gradus)에서 온 그래쥬에이션도 '한 걸음씩 발전해 나간다'는 뜻으로 졸업이란 새로운 매듭, 새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graduate라는 말은 미국에선 각종, 각급 학교 졸업식에 쓰이지만 영국에선 대학 졸업 때만 쓴다. 졸업 시기도 미국에선 보통 6월이다. 6월에 학기가 끝나고 길고 긴 여름방학 끝에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졸업식도 3월, 새 학기는 4월이다. 하지만 졸업식은 아무래도 신년 초의 새 각오도 그렇고 춥고 엄숙함이 제격인 2월 이즈음이 적절하지 않나 싶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로 시작되던 졸업식 노래로 굳어진 표정들이 재학생 대표의 송사(送辭)와 졸업생 대표의 답사(答辭)가 이어질 즈음엔 온통 눈물바다가 되곤 했던 게 옛날 졸업식이었다. 그 근엄한 졸업식이 언제부턴가 밀가루 범벅과 교복 찢기에도 성이 안차 발가벗고 연못과 바다에 알몸을 내던지는 탈선 졸업식으로 변질, 세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급기야 경찰이 학교 안팎을 철통같이 경계하는 삼엄한 졸업식이 됐는가 했더니 한편 자성(自省)들이 높아져 다양하게 멋지고 뿌듯한 이벤트로 바꾼 학교도 많다니 다행스런 일이다.

경인일보 포토

오동환기자

yulam39@naver.com

오동환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