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등진 '영혼의 땅' 티베트에 가다

[문명을 등진 '영혼의 땅' 티베트에 가다·2]미지의 세계 티베트 가는길-칭짱열차

창밖 '神의 땅' 풍경에, 고원을 관통하는 고산병에… 숨막히는 48시간 天路
   
▲ 히말라야 산맥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티베트의 곳곳에 펼쳐진 험준한 산맥과 깊은 계곡은 거대한 풍경을 연출한다. 해발 4천500m에 위치한 라싸 간덴사원을 향해 산의 허리를 휘감아 돌아오르는 가파른 비탈길은 순례자가 걸어온 힘겨운 삶처럼 굽이굽이 펼쳐져 있다.

[경인일보=글┃김종화기자·사진┃임열수기자]티베트는 드넓은 중국 영토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히말라야 산맥 해발 4천m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티베트는 주변에 펼쳐진 높은 습곡산맥과 빙하로 인해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곳이다. 여기에다 중국의 비자발급과 별도로 현지 여행사를 통해 티베트 행정당국으로부터 여행 허가를 받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중국 본토에서 티베트로 가는 교통편은 크게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과 대륙횡단열차인 '칭짱철도(靑藏鐵路)'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두 교통편 모두 티베트의 수도인 '라싸(拉薩)'라는 도시로 이어져 있다. 라싸는 분열된 티베트 민족을 하나로 통합시킨 손챈감포(松贊干布)라는 고대 왕조의 왕이 수도로 정한 이후 1천300여년째 정치와 종교·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버스나 자가용 등 차량으로도 티베트에 들어갈 수 있지만 베이징을 비롯한 동부권에서 수천㎞나 떨어져 있기에 현실적으로 차량 이동은 어려움이 많다. 특히 해발고도 4천m 이상인 티베트고원을 자가 차량으로 가로질러 티베트에 들어간다는 것은 고산병으로 인해 힘든 여정이 될 수밖에 없다. 고산병은 해발고도 2천500~3천m 이상의 산에 올랐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두통, 현기증, 구토, 호흡곤란 등으로 나타난다. 고산병으로 인해 1주일 이상의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고산지대에 대한 적응을 위해 '칭짱열차'를 이용해서 티베트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 베이징 서역을 출발한 칭짱열차는 라싸역까지 해발 4천m를 넘는 티베트고원을 관통하며 하루 수천여명의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 하늘 고원으로 가는 칭짱열차

칭짱열차는 중국 칭하이성(靑海省)과 티베트를 잇는 열차를 말한다. 그래서 이름도 칭하이성의 '칭(靑)'과 티베트의 중국식 표현인 시짱(西藏)의 '짱(藏)'에서 이름을 따 '칭짱열차'라고 한다. 공식 이름은 칭짱선(靑藏線)이다. 칭짱열차는 티베트인이 신의 영역으로 신성시하는 쿤룬산(崑崙山)과 탕구라산(唐古拉山)을 가로지르고 있어 '하늘길(天路)'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칭짱철도는 다양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칭짱철도 구간 중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은 5천72m인 탕구라산으로 페루철도의 4천817m보다 255m가 높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놓인 철도로 알려져 있다. 또 세계 최고 높이의 철도역(탕구라산역·5천68m)과 철도기지(안둬철도기지·4천704m), 동토고원 통과철도 중 가장 빠른 속도(시속 100㎞) 등의 기록도 갖고 있다.

   
▲ 칭짱열차 6인실 3층 침대칸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칭짱열차의 객차 구성은 우선 방마다 문이 있고 TV, 전기 콘센트, 산소공급기가 설치돼 있는 4인실 2량(1량당 8객실), 3층 침대 2개가 나란히 있는 6인실 8량(1량당 10객실), 의자실 2량, 식당 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식당 칸에서는 주류와 음료, 과일, 과자 등을 판매하고 있고 정해진 시간에 중국 식단의 식사도 할 수 있다. 식당 칸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객실 내에서 도시락을 구매할 수도 있고 열차에서 뜨거운 물을 공급해 주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즉석밥이나 컵라면 등으로 식사를 대신할 수도 있다. 특히 칭짱열차 객차 내에는 자동으로 산소를 공급해 주는 시설이 갖춰져 있고 자외선 방지기능이 있는 유리창, 벼락방지장치 등도 갖추고 있다.

   

# 티베트의 관문 라싸(拉薩)로 향하다

앞서 언급했듯 티베트로 가는 교통편은 항공과 칭짱열차로 가는 2가지 방법이 있지만, 고산병에 충분히 대비하기 위해 취재팀은 칭짱열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베이징 서역(西驛)으로 향했다. 베이징 서역은 칭짱열차 외에도 상추, 푸양, 지우장, 난창, 선전 등을 경유해 홍콩의 구룡을 연결하는 징주선(京九線), 허베이~허난~후베이~후난~광둥 이렇게 6개 성, 시를 지나는 징광선(京廣線)의 시발역이기도 해 항상 붐비는 역사다.

취재팀이 칭짱열차를 타야겠다고 결심한 또다른 이유는 48시간 동안 기차로 이동하며 고산지대의 풍경을 감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비행기로 이동할 경우 5시간 내외면 라싸로 들어갈 수 있지만 고원지대 만의 이색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다. 장시간의 기차 여행을 위해 우리는 개인 공간이 조금 더 넓은 4인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4인실과 6인실의 경우 객차마다 차량을 관리하는 직원이 1명씩 배치돼 있어 의자실 승차권을 구입한 여행객은 들어 올 수가 없다. 오후 8시30분 베이징 서역을 출발한 열차는 밤새 시안(西安)을 지나 란저우(蘭州)로 향했고 창밖을 통해 경제 개발이 한창인 중국의 모습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었다.

   
▲ 잠시 정차하는 역 승차장에서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리어카.

본격적인 고산병과의 싸움은 열차에서 하루가 지난 다음날 한적한 유목 마을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닝(西寧) 부근부터 시작됐다. 시닝이 속해 있는 칭하이성(靑海省)은 평균 해발고도가 2천200m다. 이 구간에서부터 칭짱열차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산소공급이 시작되지만 고산지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산소가 공급돼도 숨이 막히는 증세를 느끼곤 한다. 그리고 이 구간안에서는 고산증세 때문인지 한 시간이 멀다하고 지나다니며 객차를 관리하던 차장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이렇게 숨이 턱턱 막히는 고산지대에서 열차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여러 산맥과 중간중간에 흐르는 개천,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 곳에서 유목민들이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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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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