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국내에서 용인 백남준아트센터를 중심으로 그에 대한 연구와 전시작업이 꾸준하게 진행되어 오는 동안 해외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었을까. 올해 현대미술의 중심지 미국과 영국에서는 백남준에 대해 새롭게 조명되는 뜻깊은 한 해였다. 생전에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로 불린 백남준 예술의 2011년 현재 모습은 어떨까 점검해 본다. 그리고 백남준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는 한국 작가들의 현주소도 짚어본다.
# 현재 백남준의 위치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올해 3월 13일까지 영국 테이트 리버풀과 FACT에서는 백남준 전시가 열렸다. 이는 1988년 전시 이후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이자, 작가의 타계 이후 개최되는 최대 규모 전시로 관심을 모았다. 테이트 리버풀에서는 그의 일대에 걸친 약 90점의 많은 작품이 선보였고, 대부분의 작품은 영국에서 최초로 전시되는 작품들이라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백남준의 퍼포먼스와 초기 전시들에 관한 다양한 다큐멘터리 자료들도 함께 전시됨으로써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로서 백남준의 업적이 미술사적으로 강조됐다. 또 지난 2월 9일부터 3월 4일까지 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에서는 '백남준의 삶과 예술' 사진전이 개최됐다. 이 전시는 백남준 추모 5주기 특별 전시로 백남준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작가 이은주씨가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15년간 촬영한 수천장의 사진 중 엄선한 30여편을 선보여 뉴요커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에서는 올해 3월 13일부터 10월 2일까지 백남준 특별전 'In the Tower:Nam June Paik'을 무려 7개월 가까이 선보인 바 있다. 백남준의 마지막 유작인 비디오 영상설치 작품 '엄마'를 보유하고 있는 이 미술관이 백남준 기획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내년 12월 12일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맞아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도 대규모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백남준의 예술이 점차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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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MOMA (Museum of Modern Art) |
# 백남준 이후 한국 미술의 미래
올해에는 백남준 이후 처음으로 컨템포러리 아트의 최전선인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여는 두 번째 한국 작가가 배출됐다.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이우환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 '무한의 제시(Making Infinity)'가 열린 것. 구겐하임에서 아시아 작가가 개인전을 연 것은 백남준과 중국의 차이궈창(蔡國强)에 이어 세 번째. 다른 한편에서는 백남준의 뒤를 잇는 미디어 작가 이용백이 지난 6월에 열린 제54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사랑은 갔지만 상처는 아물겠지요'(The Love is gone, but the Scar will heal)라는 전시로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 극사실적 초상화로 유명한 강형구 작가도 10월부터 석 달간 싱가포르 국립 현대미술관인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SAM)'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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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또 뉴욕한국문화원(원장·이우성)과 주영한국문화원(원장·원용기)이 공동 주최하는 뉴욕-런던교류전 'NyLon:New York- London Exchange Exhibition'이 지난달 16일 오픈, 오는 16일까지 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미술 시장을 주도하는 뉴욕과 런던, 두 도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인작가 4명이 선보이는 런던 - 뉴욕 릴레이 전시회로 뉴욕의 설치작가 신진과 홍범, 런던의 비디오작가 박제성과 조각가 신미경이 참여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파크애비뉴에 위치한 뉴욕한국문화원에서 만난 이우성 원장은 "뉴욕은 전 세계 산업, 문화의 '테스트 베드(test bed·시험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 뒤 "지난해 디아아트파운데이션(Dia Art Foundation)의 재런던 한인 설치작가 구정아 대규모 개인전을 비롯해 올해 구겐하임 뮤지엄(Guggenheim Museum)의 '이우환 개인전'에 이르기까지 최근 뉴욕의 주요 뮤지엄에서 한인 미술가들의 대형 기획전시와 초청행사가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뉴욕 미술계의 한국미술에 대한 열기를 가속화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런던 문화원과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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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한국문화원 이우성 원장, 시게코 여사, 이은주 사진작가. |
올해 초 열린 백남준 선생의 사진전에 대해서 이 원장은 "백남준 선생의 5주기를 맞아 본국에서 그의 세계적인 명성과 작품성에 걸맞은 대우와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지 자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사실상 백남준 선생 작품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서 백남준 선생에 대한 더 적절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문화원이 다리역할을 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작업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뉴욕·이준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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