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아라뱃길, 요트 운항 수요 충족 '한계'

생소한 돛올리기 과정 진땀 바다선 정박지 찾다 식은땀

출항 전 신고 절차 10차례 유선 확인도 받아야

갑문 이용 제한적… 물때 못맞추면 접안 못해
   
▲ 경인아라뱃길을 이용해 요트를 타려면 한강~서해 왕복코스 통행시 갑문 입출거 신고와 경인항 입출항 신고, 항만시설사용 신고 등 10번의 신고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인아라뱃길의 레저기능 활성화를 위해선 이용절차 간소화와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순석기자

경인아라뱃길이 무역항이라서 빚어지는 복잡한 절차때문에 레저 수요가 발길을 돌릴 우려가 있다. 또 정작 레저 수요가 급증한다 해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하드웨어' 부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 요트 한번 타기 진짜 어렵네…

아라뱃길에서 요트를 타려면 일단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진땀부터 빼야 한다. 복잡한 신고절차 때문이다.

5t이상 요트·보트가 아라뱃길에 출입하기 위해선 인천항만청 항만운영정보시스템(Port-MIS) 신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단 배를 Port-MIS에 등록하는 과정부터 앞이 깜깜해진다. Port-MIS '항만관련 업체신고' 페이지에 들어가면 화물선에나 해당되는 업체 구분, 업체코드, 사업종류를 입력하라는 항목이 나온다. '제원신고'에서도 요트·보트와는 상관없는 호출번호, 국제총톤수, 선적항, 만재흘수, 대리점 등 전문용어가 사용되는 생소한 부분이 필수입력사항이다.

어렵사리 Port-MIS에 배를 등록해도 한강~서해 왕복코스를 즐기려면 갑문 입출거신고와 경인항 입출항 신고, 항만시설사용신고 등 10번의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고시 기재내용도 요트·보트에는 해당되지 않는 선박계선장소, 예선 신청, 도선사 신청 등이 필수입력사항이라 이용자들에게 혼동을 준다. 게다가 Port-MIS에 입출항 및 항만시설사용 신고를 하더라도 인천항만청 담당직원에게 따로 유선으로 연락해 수리확인 요청을 해야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큰 불편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인천항만청 관계자는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간소화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구축 비용과 시간 등 고려해야할 문제가 많다"며 "처음에는 생소한 절차지만 Port-MIS에 한 번만 신고해 두면 다음 번에는 목적지나 입출항 시간만 변경하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 활성화돼도 걱정

아라뱃길이 정작 활성화된다고 해도 이용에는 한계가 있다.

아라뱃길을 이용하려면 필수적으로 '갑문'을 통과해야 한다. 갑문은 서해와 아라뱃길, 한강과 아라뱃길의 수위차를 맞추는 동안 배가 대기하는 출입구다.

현재 서해·한강갑문은 정기여객선과 화물선을 위해 개방하는 것을 제외하고 하루 4차례씩 열리고 닫힌다. 서해 갑문은 길이 210m에 폭 28.5m, 한강 갑문은 길이 150m에 폭 22m다. 한정된 공간인 만큼 이용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갑문 동시 이용 선박을 5척으로 제한하고 있다. 갑문이 하루 4차례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많아야 20척이 이용 가능하다. 김포터미널 마리나 최대 수용규모 194척의 10%에 불과한 정도다. 상황에 따라 갑문개방 횟수를 늘릴 수 있지만 아라뱃길 활성화는 정기 무역선 운항 횟수 증가도 의미하기 때문에 큰 혼잡이 예상된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활성화가 되면 선박의 정시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갑문 개방 시간을 조정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장 서해 앞바다로 진출해도 문제다. 요트·보트를 타고 서해에 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망망대해를 떠도는 일'이다. 배를 접안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요트·보트가 연근해 섬에 정박하기 위해선 해당 섬의 어촌계와 직접 협의를 해야 한다. 이도 물때를 맞추지 못하면 정박이 어렵다. 인천시는 최근 덕적도·장봉도·신도에 각각 10선석 규모의 임시 마리나 계류장을 설치하기 위해 국비를 신청했지만, 정부로부터 외면당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해 섬에서 정박을 하려면 어항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쪽 수요도 있고 현재로선 이용할 곳이 마땅히 없다고 보면 된다"며 "세어도나 영종도 등 기존의 어항을 이용한 임시 마리나 계류장을 만들기 위해 사전 작업을 진행중이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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